검찰이 제출한 시뮬레이션 결과 등 증거·증언·공소사실 대부분 인정
"간부들이 책임 발뺌해 엄벌 필요"… 유족들 "형벌 너무 약하다" 반발
이준석(68) 선장 등 ‘세월호 선원(15명) 사건’ 1심 선고 이후 9일 만인 20일 선고된 청해진해운 임직원 등 10명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ㆍ상 등 사건의 판결 결과도 유죄였다. 이들은 공판 과정 내내 “내 책임이 아니다”고 발뺌을 했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시뮬레이션 결과 등 증거와 증언은 물론 공소사실 거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검찰 공소장 내용 상당 부분을 판결문에 재인용할 만큼 재판부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지법 형사13부(부장 임정엽)는 이날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 김한식(71)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과 화물하역업체 우련통운, 한국해운조합 관계자 등 10명에게 징역 10년~금고 2년의 실형(집행유예 2명 포함)을 선고하면서 “피고인들이 무리한 선박 증개축과 화물 과적, 부실 고박 등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무엇보다 세월호 침몰의 중요 원인 제공자로 청해진해운 간부 6명을 지목했다. 김 대표 등이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지시에 따라 무리하게 배를 증개축해 복원성을 약화시켰고, 구조적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채 매출 증대만을 위해 화물 과적 및 부실 고박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김 대표 등이 이 선장과 같은 나이 많고 무능한 선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비상 시를 대비한 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아 선원들이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탈출하는데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청해진해운 간부들은 세월호 침몰의 책임을 선장과 선원들에게 돌리고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피고인들이 이 선장 등 선원들에게 사고 책임을 떠넘긴 데다, 승객들의 사망ㆍ상해와 자신들의 업무상과실과의 인과(因果)관계도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어 재판부가 어떤 법리에 따라 판단할지 관심을 모았다. 대부분 피고인들은 26차례 공판 과정에서 “조타수의 조타 실수나 살인 및 유기치사죄를 저지른 선원들의 탈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업무상 과실이 있더라도 승객 사망ㆍ상해와의 인과관계가 단절됐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과실행위와 선박매몰, 승객 사망ㆍ상해라는 결과 사이에 이 선장 등의 유기치사 사건이라는 고의 범죄행위가 개입된 만큼 업무상과실치사ㆍ상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왜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되는지’에 대해 판결 논리를 제시하기보다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한 마디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죄 결과 발생에 제3의 행위가 일부 기여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며 “선장과 선원들이 적절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가 개입돼 피해자들의 위험이 현실화됐더라도 피고인들의 업무상과실과 피해자들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복원성 불량, 과적, 부실 고박 등 선사 및 하역업체 관계자들의 업무상 과실이 선원들의 무책임한 행동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라는 결과를 불렀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세월호 출항 허가를 내준 운항관리실장 김모(51)씨의 경우 검찰이 낸 증거만으로는 유죄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무능하고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이 세월호에 승객을 태운 채 운항하는 것을 가능케 한 피고인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유족들 사이에선 “법원이 세월호 선원 사건 선고에 이어 또 다시 양형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판기’ 판결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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