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연일 최저치 경신
수출업체들 달러 매도로 가속도
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 타격 우려
원ㆍ달러 환율이 연말을 맞아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수위를 낮추고 있다. 가파른 하락세가 수출 중심 경제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1,076.1원)보다 2.0원 더 내린 달러당 1,074.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날 기록한 ‘연저점’을 또 다시 경신하며 2015년 4월 30일(1,072.4원)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9월말만 해도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며 달러당 1,150원을 넘나들던 원ㆍ달러 환율은 국내외 경기회복세와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 등에 힘입어 70원 넘게 급락했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엔 연말을 앞두고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는데다, 외환당국에서 이렇다 할 맞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원화 강세는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수출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워낙 많이 나오는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달러 약세 기조도 이어져 원ㆍ달러 환율이 아래쪽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내년에도 당분간 환율 추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평균 환율이 올해 1,110원에서 내년에는 1,075원으로 더 수위를 낮출 걸로 전망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완만하게 진행되는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선호 분위기 등으로 달러 강세가 제한적 수준에 그치면서, 수출 회복세와 양호한 거시건전성을 바탕으로 한 달러공급 우위의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속도다. 너무 빠른 속도로 환율이 떨어지면 경제 주체들의 공포심(일명 ‘환율 포비아’)을 자극해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물가 안정과 기업의 생산비용 절감 등 긍정적 요인이 된다. 하지만 요즘 같은 환율 급락세는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실제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기업 51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내년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슈로 ‘환율 변동 심화(48.4%)’가 꼽히기도 했다. 최근엔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 지속에 따른 엔저 현상과 겹쳐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 아래로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제품과 경합 관계에 있는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원ㆍ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가격은 1.9%포인트 증가하고 나머지 8.1%포인트는 기업의 손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환율 급락을 방지할 시장 안정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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