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부계 중심 가족관 약화
모든 자녀가 부양 책임 인식 확대
경기 일산에 사는 강경숙(62·여)씨는 서울에 사는 큰딸 박주현(36)씨와 매일 저녁 20여분 가량 통화하고 수시로 메신저 대화를 한다. 일주일에 한두 번 딸의 살림을 돌보고 외손주의 반찬도 챙겨준다. 반면 대전에서 일하는 아들과는 일주일에 한두 번 안부를 묻는다. 강씨는 “딸과 통화할 땐 서로 할 말이 많은데 아들은 내가 꼬치꼬치 묻는 걸 싫어한다”며 “아들보다 형편이 넉넉한 딸에게서 매달 용돈도 받는다”고 말했다.
‘장남이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사회의식이 10년 새 크게 달라졌다. 장ㆍ노년층이 가장 많이 만나고 전화하는 자녀는 장녀이며, 부모 부양의 책임도 장남이 아닌 모든 자녀에게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2006년과 2016년에 각각 18세 이상 성인 가구원(2006년 1,605명, 2016년 1,0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비교 분석한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 태도 국제비교연구’ 보고서를 2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장남 중심의 전통적 가족관은 약화되는 추세다. ‘가장 자주 접촉(전화 등 포함)하는 성인 자녀가 누구냐’는 질문에 장녀(36.0%)라는 답이 장남(33.8%)보다 많았다. 10년 전에는 장남과의 교류가 더 잦았다. 2006년 조사에서는 장남(38.0%), 장녀(30.6%) 순이었다.
노부모 부양은 자녀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부양을 누가 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아들, 딸 상관없이 누구든지’라는 응답이 10년 사이 30.6%에서 38.5%로, ‘모든 자녀’라는 응답이 25.6%에서 30.4%로 높아졌다. 반면 장남이 부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28.8%에서 22.5%로 감소했다. 노부모 부양이 가족의 책임이 아니라는 응답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혼 자녀에게 ‘부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은 84.4%에서 75.6%로 줄고, 반대는 5.6%에서 9.4%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장남에게 특별한 의무와 권리를 부여하던 부계 중심 가족관은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며 “자녀와의 동거 규범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파른 고령화를 고려하면 빈곤 노인 복지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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