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직 부장판사에게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를 벌인 혐의로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씨가 정 전 대표에게서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대표가 발행한 수표가 현직 부장판사 가족 계좌로 입금된 흔적을 검찰이 찾아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금품수수 비리 의혹으로 판사가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씨는 정 전 대표의 항소심 선고를 앞둔 지난 3월 평소 친분이 있던 현직 부장판사를 접촉해 “담당 재판부에 선처해달라”는 부탁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청탁을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돈이 전달된 게 사실이라면 청탁을 받아 담당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이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가 타던 외제 승용차를 시세보다 싼 값에 구입했고,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한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현직 판사의 금품수수 의혹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만큼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한 현직 판ㆍ검사 연루 의혹은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눈에 띄는 진전은 없는 상태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 등 전관들은 구속 기소했지만 현관 수사는 답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가 정 전 대표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감사원 관계자 청탁 명목이어서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이런 이유로 검찰이 현직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터다. 다른 굵직한 사건에 국민이 시선을 돌려 현직 수사를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많았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의 핵심은 정 전 대표가 최 변호사나 홍 변호사를 통해 법원과 검찰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기소 때 횡령 혐의가 빠졌으며, 정 전 대표 측의 보석 요청에 검찰이 “재판부가 알아서 해달라”고 한 과정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홍 변호사를 기소하면서도 현직 검사들의 비리 연루는 없었다고 밝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검찰은 더는 그런 의심을 받지 않도록 현직 부장판사 수사는 물론 검사 연루 의혹에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여야 한다. 현직 비리 의혹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