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ㆍ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며칠 미루는 대신 추경예산안 등 당면과제에 대한 야당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두 사람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10일)이 지나 언제든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정국 경색을 우려한 여당 요청을 수용해 2ㆍ3일 정도 여야 대화 등 국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주가 정의당을 포함한 여야 협치모델의 성패 여부가 결정되는 갈림길이고, 정치지도자들이 말 그대로 역지사지의 양보와 결단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1일 긴급브리핑에서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하루 빨리 내각 인선을 완료해 국정에 충실하자는 청와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할 수 있게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며 "문 대통령은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당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지만) 민생에 시급한 추경과 새 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한 정부조직법 등 현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두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철회를 요구해온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 3당은 즉각 "명분쌓기용 꼼수정치"라고 반발했다. 5대 인사원칙 파기에 대한 대통령의 해명 없이 여론지지에 얹혀가려는 공학적 접근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권이 문제의 두 후보자 중 한 명을 사퇴시키는 카드를 들고 한국당과 흥정했다"고도 주장했다. 어제 열릴 예정이던 임시국회 본회의가 야 3당의 불참으로 무산된 것만 봐도 임명 연기 카드의 한계가 분명하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두달이 넘도록 내각의 30%가 빈 비정상 국정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야당이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워 감정적으로 '노'만 외치는 행태는 구태다. 반면 청와대가 두 사람 임명 연기 방침을 굳이 인심 쓰듯이 공개 브리핑한 것도 개운찮다. 청와대는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는 진정성에 방점을 찍겠지만, 야당의 주장처럼 임명강행 명분을 쌓는 여론정치 효과도 의식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 옳든, 지금은 여야가 서로 상대를 비난하며 자신의 정당성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정기국회와 개헌논의 등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상대를 배려한 제안과 대안을 교환해 정국 출구를 찾아야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울러 작금의 정국파행 책임은 1차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이 져야 한다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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