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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빠른 기차, 엘런 머스크보다 한국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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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빠른 기차, 엘런 머스크보다 한국이 먼저

입력
2016.10.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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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보다 빠른 시속 1,000㎞의 미래형 초고속 열차가 우리 기술로 개발된다. 음속(시속 1,224㎞)에 버금간다는 뜻에서 ‘아(亞)음속 캡슐트레인’이라고 불리는 이 열차가 상용화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30분 안에 갈 수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은 2024년까지 아음속 캡슐트레인의 상용화 준비를 마치겠다고 18일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를 위한 핵심기술 확보와 시스템 설계에 33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날 경기 의왕시 철도연을 방문한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놓은 ‘하이퍼루프’의 개념을 뛰어넘는 아음속 캡슐트레인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24년 상용화 준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아음속 캡슐트레인'의 개념도. 진공관 속을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미래형 열차다. 철도연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2024년 상용화 준비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아음속 캡슐트레인'의 개념도. 진공관 속을 비행기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미래형 열차다. 철도연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아음속 캡슐트레인 개발 실험에 쓴 아크릴 진공관. 진공장비(빨간 원통)로 관(사진 왼쪽 상단) 내부 공기를 빼내 0.2기압 상태로 만든 다음, 축소한 열차 모형을 공기총으로 쏘아 보냈더니 열차가 관 내부를 시속 700㎞로 날아갔다. 철도연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아음속 캡슐트레인 개발 실험에 쓴 아크릴 진공관. 진공장비(빨간 원통)로 관(사진 왼쪽 상단) 내부 공기를 빼내 0.2기압 상태로 만든 다음, 축소한 열차 모형을 공기총으로 쏘아 보냈더니 열차가 관 내부를 시속 700㎞로 날아갔다. 철도연 제공

아음속 캡슐트레인은 시속 800~900㎞인 비행기보다 빠른 캡슐 모양의 열차다. 이러한 속도가 가능한 건 진공관과 자기부상 기술 덕분이다. 우선 운행 구간에 직경 2.5m의 관을 설치하고 내부 공기를 빼내 기압을 0.001(아진공)까지 낮춘다. 열차(캡슐트레인)는 이 진공관 내부에서 움직인다. 바퀴가 없고 미끈한 캡슐처럼 생긴 40인승짜리 한 량이 들어간다. 열차 하단과 진공관 바닥에 설치된 전자장 추진장치와 부상장치가 작동하면 그 힘으로 열차가 진공관 바닥 위를 수십㎜ 떠서 이동한다. 자석을 같은 극끼리 마주보도록 설치했을 때처럼 반발력 때문에 서로 닿지 않은 채 움직일 수 있다. 마찰이 없으니 속도는 빠를 수 밖에 없다.

아음속 캡슐트레인은 머스크 CEO가 3년 전 주창한 하이퍼루프와 구조는 비슷하다. 스페이스엑스와 하이퍼루프원, 하이퍼루프교통기술(HTT) 등 미국 기업들은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중이다. 그러나 철도연은 우리 기술이 한 수 위라고 자신하고 있다. 철도연은 이미 6년 전 캡슐트레인을 고안해 기본 원리를 연구하면서 하이퍼루프의 공기 부상 방식이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 하이퍼루프는 진공관에서 빼낸 공기를 압축한 다음 열차 아랫면을 향해 뿜어 넣어 열차를 띄우는 방식으로 고안됐다. 하이퍼루프 개념도를 보면 앞부분에 거대한 공기 압축기가 장착돼 있다. 진공관 안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공기를 모아 압축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이관섭 철도연 자기부상철도연구팀장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공기만으로는 진공관과 열차 사이 간격을 1㎜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철도연의 방식대로 전자기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이 개발 중인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의 상상도. 진공관 안에 들어 있는 총알처럼 생긴 열차가 바닥에서 뜬 채로 달린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이 개발 중인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의 상상도. 진공관 안에 들어 있는 총알처럼 생긴 열차가 바닥에서 뜬 채로 달린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이 개발 중인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의 상상도. 진공관 안에 정차돼 있는 열차에 승객들이 탑승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진공관의 문이 닫히면 앞부분에 장착된 거대한 압축기가 작동해 진공관 내부에 남아 있는 공기를 모아 압축한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이 개발 중인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의 상상도. 진공관 안에 정차돼 있는 열차에 승객들이 탑승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진공관의 문이 닫히면 앞부분에 장착된 거대한 압축기가 작동해 진공관 내부에 남아 있는 공기를 모아 압축한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에서 직원들이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 하이퍼루프원에서 직원들이 미래형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하이퍼루프원 제공

미국 기업들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하이퍼루프원이 지난 5월 미국 네바다 사막에서 2초간 시속 187㎞의 추진력을 내는데 성공한 3m짜리 하이퍼루프 모형에도 자기장 추진장치가 달렸다. 이 팀장은 “우리가 개발한 추진장치와 부상장치를 모두 달아 하이퍼루프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시험한다면 시속 550㎞ 수준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속도를 얻고 머스크 CEO의 공기 부상 방식까지 융합하면 음속에 가까워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처럼 전자기력과 공기의 하이브리드(異種結合) 시스템으로 열차를 작동하게 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아직 구현되지 못했다. 철도연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관심을 보인 하이퍼루프원과 캡슐트레인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도 준비하고 있다.

온실가스 걱정 없는 캡슐트레인과 하이퍼루프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와 스웨덴, 영국 등도 개발에 들어갔거나 검토 중이다. 미래부와 철도연은 캡슐트레인을 2025년 이후 상용화해 전국 어디든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미래형 교통 체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팀장은 “건설비는 KTX의 절반도 안 되지만 승객 수송능력은 2,3배나 된다”며 “운영 및 유지관리비도 KTX보다 덜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의 30%만 차지해도 183조원 안팎의 신산업 창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철도연은 기대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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