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의 이유로 한 차례 재판을 연기한 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생활의 고충을 언급하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재판에 나와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며 이로 인해 구치소 생활도 힘겹다고 토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생 건강을 숨기고 살았는데 구치소에 들어오니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됐다”라며 “구치소 측에선 치료를 받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내가 치료 받으러 나가면 세상은 특별대우 라며 안 좋게 볼 것”이라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 수치가 높고 기관지 쪽이 좋지 않아 법정에 오래 앉아있기 어렵다며 두 번째 재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한 차례 재판을 연기한 뒤 다시 법정에 섰다.
그는 이날 육체적 고통 외 구치소 생활로 인한 정신적인 어려움도 호소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오고 나서 사람이 두 달간 잠을 안 자도 살 수 있고, 밥을 안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았다”라며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그의 건강을 고려해 중간중간 휴정 여부를 묻는 재판부에는 “너무 죄송해서 말을 하기가 좀”이라며 말을 흐리다가도 “쓰러져서 못 나오는 것 보다 나을 테니 이해해달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고충을 토로하면서도, 재판 도중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에선 가감 없이 마이크에 대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한 도곡동 땅에 대해 “이번에 살펴봤더니 그 땅이 현대가 갖고 있던 체육관의 경계선과 붙어있는 땅이란 걸 알게 됐다”며 “현대에서 7∼8개 회사 대표를 맡아서 일했는데, 어디 살 게 없어서 현대 땅에 붙은 땅을 샀겠느냐”라며 역정을 냈다. 그리고 “당시 압구정동이나 강남 개발이 이뤄지고 있어서 땅을 사려면 얼마든 다른 데에 살 수 있었다”라며 “현대건설 재임 중에 개인적으로 산 땅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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