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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요? 교육현장부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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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요? 교육현장부터 ‘꼼수’

입력
2017.10.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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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 등 기준시간 줄여 임금 오르는 효과 거의 없어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 현실로

김상곤 부총리 설득에 단식 중단했지만

학비연대 “오는 25일 총파업은 예정대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신지후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노조원들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신지후 기자

‘사람답게 살 권리’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둘러싼 파열음이 교육현장에서 가장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 교육당국이 학교비정규직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재정이 악화된다며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시간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어서, 교육당국이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양상이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15개 시ㆍ도교육청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를 비롯한 3개 노조의 연대기구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와 지난 8월부터 학교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집단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 지도부 약 20명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사 앞에서 천막을 치고 추석 연휴를 포함해 이날까지 14일째 단식 농성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9시쯤 농성장을 찾은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일부 교육감 등의 설득으로 단식은 중단하기로 했지만 학비연대는 오는 25일로 예정한 총파업 일정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학비연대의 주된 요구는 학교 급식실 조리원(교육실무직 나급) 등에게 4년차부터 5만원씩 매년 2만원씩 인상돼 지급되는 장기근무가산금을 근속수당으로 명칭을 바꾸고 2년차부터 3만원씩 지급하고 연 인상폭도 3만원으로 높여 달라는 것이다. 방종옥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근속년수가 길어질수록 공무원과 임금 격차가 벌어져 20년 차가 되면 절반 이하가 된다”고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6,470원에서 내년 7,530원으로 대폭 상승되면서 수당을 늘릴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임금산정 기준시간 개편’ 을 교섭 타결의 전제로 제시했다. 현재 대다수 학교 무기계약직들은 매월 243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해 월급이 지급되는데, 실제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과거 주 6일 근로 때 적용하던 기준이므로 주 5일 기준인 209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정상적 임금 체계를 개선한다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줄어든 34시간만큼의 인건비 감축 효과를 노렸다는 게 노동계의 중론이다. 학교 급식실 조리원을 기준으로 시급 7,530원ㆍ243시간체제에서는 월 182만9,790원이 최저월급이지만 209시간 체제에서는 157만3,770원으로 줄어든다. 교육부 관계자는 “243시간 기준 최저임금을 계속해서 지급할 경우 2020년까지 1조원 가량의 인건비가 추가로 들 것으로 보인다”며 “243시간제와 수당인상은 현실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은 209시간제를 적용하면 근속수당을 2년 차부터 3만원씩 지급하는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비연대 측은 209시간제로 전환하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작년 기본급(160만1,90원)보다 감소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계 주변에서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종 편법과 해고가 난무할 것”이라는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이 교육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보수 교육감들은 물론이고 진보 교육감들조차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종업원 감축 등에 나서는 사업주들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최저임금 인상안 발표 이후 논란이 이는 시기와 교섭 시점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어렵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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