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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직접 싸 들고… 학생 자취방 순회한 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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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직접 싸 들고… 학생 자취방 순회한 총장님

입력
2015.04.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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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교육대 김기영 총장… "시험기간 격려방문 전통 이어 와"

학생들 방에서 이야기 나누는 김기영 총장.
학생들 방에서 이야기 나누는 김기영 총장.

“밥은 먹고 공부하니?”

21일 오후 8시 30분. 자취방에서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하던 충남 천안의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전기전자통신공학부 4학년 이동엽씨는 뜻밖의 방문객에 깜짝 놀랐다. 김기영(59) 총장이 찾아와 “이거 먹고 힘내서 공부해. 내가 직접 만든 김밥이야”라며 김밥과 떡볶이, 순대가 담긴 검정 비닐봉투 내밀었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이날 보직교수와 총학생회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 원룸을 방문해 저녁도 제때 챙겨 먹지 못하고 공부하는 자취생들에게 김밥과 떡볶이, 음료 등을 전달했다. 김밥은 김총장과 교수들이 학교식당에서 직접 만들었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지역특산 순대와 만두, 음료수 등을 골고루 담았다. 일행은 두 시간 가까이 3, 4층 원룸촌 건물 계단을 일일이 오르내리며 미리 알아둔 자취방을 찾아 간식을 전달했다.

코리아텍 기숙사 수용률은 63%로 전국 대학평균 18.6%에 비하면 매우 높다. 하지만 개인 사정 등으로 일부가 학교 밖 원룸촌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김 총장은 “역대 총장이 시험기간마다 교내에서 햄버거, 분식 등을 나눠주며 격려하는 전통을 이어왔다”며 “학교 밖 학생들이 밥이라도 잘 먹고 있는지 걱정돼 나섰다”고 말했다.

김밥을 싸 들고 격려하기 위해 나섰지만 정작 시험 준비에 바쁜 시간을 빼앗을까 봐 문 밖에서 학생을 불러낸 뒤 “파이팅”하는 짤막한 인사말만 건네고 돌아섰다. 김 총장은 “유학 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많았다”며 “김밥 한 줄이지만 간식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개교 이후 첫 내부 교수 출신이다. 그래서인지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역대 어느 총장과도 다르다. 그는 “코리아텍이 국내 최고의 인적자원개발 대학이 되려면 소통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대학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소통을 강조한다. 남학생에게 ‘우리나 군’, 여학생은 ‘나우리 양’이란 별명을 붙여주었고, 지난 3월에는 학생 MT 장소 전체를 방문해 게임을 즐기는 등 ‘찾아가는 소통’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천안=글ㆍ사진 이준호기자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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