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재정 강제 편성 방침에 시ㆍ도교육감 거세게 반발ㆍ공동대응
"공약대로 국가가 책임져야"
정부가 만 3~5세 유아에게 학비와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이 전적으로 책임지도록 관련 법을 바꾸자, 교육감들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2012년 시작된 누리과정의 예산 편성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간 대립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회장ㆍ장휘국 광주교육감)에서 교육감들은 ‘2016년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교육재정 안정적 확보를 위한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관련 예산을 시ㆍ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은 위헌이며, 예산을 국회와 협의해 중앙정부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는 자체 일정 때문에 불참한 인천ㆍ충남을 제외한 15개 시도교육감들이 모두 참석했다.
진보ㆍ보수를 망라한 전국 교육감들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입을 모은 것은 최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지방교육청이 의무적으로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교육감들은 지난 5월 정부가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누리과정 예산의 의무지출경비 편성 방침을 밝힌 뒤 두 차례나 ‘거부’ 의사를 담은 결의문을 냈지만, 정부는 기존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의무지출경비는 중앙부처가 지방교육청 지자체 등에 예산을 교부할 때 강제 편성하도록 하는 경비다.
시ㆍ도 교육감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현 상태로는 내년부터 사실상 정상적인 지방교육재정 편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전체 2조1,000억원 가량의 누리과정 예산(어린이집 기준) 중 정부가 집행하기로 한 목적예비비 5,064억원과 교육청이 이미 편성한 4,000억원을 제외하면 1조2,000억원 가량이 부족했는데, 지방채 발행을 통해 가까스로 해소했다.
하지만 앞으로 지방 교육청들에게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하도록 한 만큼 재정난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시ㆍ도교육청의 지방채 총액이 11조원으로 세출의 19%에 달하는 만큼 더 이상 추가로 빚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시ㆍ도교육감협의회 분석에 따르면, 내년 17개 교육청의 세출 총액은 61조원이지만 세입총액은 55조원으로 6조원 가량 부족하다.
교육감들은 이날 우선 이번 달 시작되는 예산국회를 앞두고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부담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 작업에 진력한 뒤 향후 위헌소송 등 법률적 대응 방침을 검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보수성향의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세수감소 등 정부의 재정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어떤 형태로든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교육청들은 중앙정부 예산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교육청이 누리과정을 의무편성하도록 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은 민간 어린이집 등 민간시설에도 예산을 지원하도록 돼있다”며 “이는 교육청은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에만 필요예산을 지급하도록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과 충돌한다”고 말했다. 박재성 전국 시ㆍ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장은 “누리과정은 공약대로 국가에서 책임지고 교육재정이 국가의 어떤 예산보다 우선 확보 되도록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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