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작년 4분기 70조 육박
생계비 비중 2012년 17%서
20~22%까지 오름세로
전월세비 비중은 3→5%대로
은행 가계대출에서 전월세 자금 및 생계비 마련을 위한 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빚 내서 집을 사는 것 못지않게 전셋값 상승과 소득 부진이 가계부채 급증의 또다른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저금리 추세 속에 투자 용도로 은행 빚을 낸 비중도 늘면서 가계 건전성 악화의 복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일보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최근 10개 분기(2012년 3분기~2014년 4분기)의 ‘은행권 가계대출 자금용도별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전체 대출금액의 34.3%를 차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어 기존 대출 상환(19.6%), 생계자금(19.0%), 전월세 임차(4.5%), 사업자금(2.7%), 투자자금(1.7%), 내구소비재 구입(1.4%), 전세보증금 반환(1.0%) 순으로 비중이 컸다. 이 자료는 금융감독원이 국내 16개 가계대출 취급 은행의 대출 이용자 설문 결과를 취합해 작성하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전체가 조사 대상이다.
자료에 따르면 분기당 40조~57조원 수준이던 은행 가계대출 규모(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3분기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시행을 계기로 급등세를 보이며 4분기 70조원에 육박했다. 가계대출 확대를 이끄는 것은 주택매매 수요. 2013년 4분기 40.8%로 치솟은 주택구입 용도 대출 비중은 지난해 매분기 30%대 중후반의 고공행진을 하며 10개 분기 평균을 상회했다. 여기에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완화 조치까지 가세하면서 지난해 4분기 주택구입용 대출 규모는 1년 전보다 7조원 늘어난 26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반면 정부가 규제완화의 또다른 효과로 꼽았던, 제2금융권 대출의 은행 대출 전환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3, 4분기 차입금 상환용 대출 비중은 각각 20.0%와 17.9%로, 10개 분기 평균(19.6%)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았다.
가계대출 용도 변화는 전월세 시장 동향과도 맞물린다. 전월세 보증금 지불에 쓰이는 주택임차용 대출 비중은 2012년 3%대, 2013년 4%대, 지난해 5~6%대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전셋값의 지속적 상승으로 세입자 부담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임차용 대출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국민주택기금 전세자금대출까지 포함하면 가계의 전셋값 부담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2년 3분기 0.4%에 머물렀던 전세자금 반환용 대출 비중이 지난해 1%대로 증가한 것을 두고는 전세 임대를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해석이 따른다.
투자자금 용도의 가계대출 비중은 2012년 3분기 1.3%에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 2.3%로 올랐다. 비율은 1%포인트 차이지만 대출액으로 보면 1조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2012년 17%대 수준이던 생계자금 비중은 2013~14년 8개 분기 중 6개 분기에서 20~22%대를 기록하며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2%대 중반~3%대 중반 수준이었던 사업자금 비중은 지난해 2분기 이후 2%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이 상반된 흐름은 모두 자영업 부진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의 업황 악화로 시장 축소(사업자금 수요 감소)와 소득 감소(생계자금 부족)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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