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타 연예인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를 ‘저희나라’ 라고 했다가 누리꾼들의 호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화제가 된 사건이었지만 아직도 방송에서 ‘저희나라’라고 말하는 출연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겸손이 몸에 밴 탓일까?
외국인이 우리말을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존댓말이라고 한다.
우리도 제대로 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존대에는 존칭이나 높임말을 써서 상대를 높이는 경우와 자신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상대를 높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저희’는 ‘우리’의 낮춤말이다. ‘저희 회사’‘저희 집’‘저희 가족’처럼 자신이 속한 곳을 낮춤으로써 상대를 높이는 말이다. 그런데 민족이나 나라는 겸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원칙적으로 나라 사이에는 높고 낮음이 없기 때문이다. ‘저희나라’라고 얘기하면 본인뿐 아니라 한국, 한국인 전체가 낮춤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저희민족’ ‘저희나라’가 아니라 ‘우리민족’ ‘우리나라’인 것이다.
우리 국민을 상대로 말할 때에 ‘저희나라’는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우리’라고 하면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게 되지만 ‘저희’라고 하면 말을 듣는 사람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다. 이웃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같은 동네 어른에게 “저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을 듣는 사람이 외부인이 아닌 이상 “우리 동네는 살기 좋아요”라고 말해야한다.
‘저희 나라’라는 표현이 가능한 경우는 ‘저희’가 말을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제외한 삼인칭의 뜻을 가질 때이다. “마이클은 저희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커”와 같다.
‘우리말’ 사랑, ‘우리나라’ 사랑부터 시작하자.
임수민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