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中관광객 왔다 가면 음식쓰레기 산더미” 뷔페식당들 울상

알림

“中관광객 왔다 가면 음식쓰레기 산더미” 뷔페식당들 울상

입력
2017.07.09 20:00
0 0

中식문화는 음식 남겨야 예의

‘남기면 벌금’ 공지도 안 통해

쓰레기 처리비용 늘어나 골치

경기 안산시 한 웨딩홀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얼마 전 중국인커플 결혼식 하객들 때문에 진땀을 흘렸다. 단체로 뷔페식당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음식을 접시에 산처럼 쌓아 올려 가져가면서 준비한 음식들이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진 것. 음식물을 새로 채우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하객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뒤는 더 낭패였다. 산더미처럼 가져간 음식 대부분이 식탁 위에 그대로 쌓여 있는 걸 보자 분통이 터졌다. 그는 “먹겠다면서 가져갈 때는 언제고 음식 반 이상을 그냥 남겨서 다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며 “먹을 만큼만 담아가라는 말을 귓등으로 듣더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의 생경한 음식문화에 결혼식장 뷔페식당처럼 단체 손님을 주로 받는 식당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먹지도 못할 만큼 듬뿍 음식을 가져가놓고는 몇 번 젓가락질만 하고 남겨놓는 통에 음식물쓰레기만 넘친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과도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당장 불만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 뷔페음식점 직원 박모(30)씨는 “하루 평균 쓰레기 수거 비용이 150만원 정도인데, 중화권 단체 손님들이 방문하는 날이면 최소 50만원 이상 더 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남긴 음식물에 이런저런 이물질을 섞어 놔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도 고되다. ‘남기면 벌금’이라고 공지도 하지만, 우르르 빠져나가는 단체 손님들을 일일이 체크해 벌금을 받아 낸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박씨는 “단체 고객을 받는 게 식당 입장에선 그래도 이익이라 어쩔 수 없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한 뷔페식당 사장 역시 “중국 사람들은 대체로 여러 번 음식을 뜨지도 않는다“면서 “한 번에 많이 가져가서 먹고, 남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인데 가끔은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중화권 사람들의 오랜 식생활문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인들은 예부터 식당에서 일부러 음식을 많이 주문해 남기는 것을 초대해준 사람이나 주인에 대한 예의라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태국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새우를 한 번에 수십 접시씩 담아간 뒤 다 남기고 떠나는 장면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정작 중화권 사람들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부산의 한 해산물 뷔페식당 주인은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뷔페식당에서 음식 남기기는 우리나라 사람도 그렇고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 아니냐”고 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