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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원 기자

등록 : 2018.02.19 17:31
수정 : 2018.02.20 01:01

문 대통령, 미국 통상 압박 겨냥 “WTO 제소 검토하라"

등록 : 2018.02.19 17:31
수정 : 2018.02.20 01:01

“FTA 개정 협상서 부당함 적극 주장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할 것” 주문

산업부 “美 정치ㆍ산업계 접촉도 병행”

청와대 “통상과 안보는 분리해 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통상 압박과 관련,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최근 미국 상무부의 철강ㆍ알루미늄 제품 고율 관세 부과 제안과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조치 등 잇따른 무역제재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응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한국을 비롯한 12개국에 관세를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안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WTO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 차관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수입 품목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무역확장법 232조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1조의 ‘안보 예외’ 조항에 위배되는지가 WTO 제소의 핵심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개국에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부분은 예외 조항 적용이 어렵다고 본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강 차관보는 또 WTO 제소와 별도로 미국 정치권과 수입 철강에 의존하는 미국 산업계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접촉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한미 FTA 개정 언급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근본적인 문제가 한미 FTA에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한번 공개적으로 논의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미국 측 요구로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 미국 측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만큼 불공정 조항 개정을 비롯해 정부도 FTA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가 국제규범에 맞지 않게 움직이니까, 우리로서는 원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3월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해 10월 한미 FTA 폐기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철강 관세 부과 제안과 관련해서도 “그간 크고 작은 것(통상 문제)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6월 (첫 한미정상회담)에는 미국도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지는 않았다”며 “당시는 낮은 수준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도 낮은 수준으로 이야기한 것이고, 이번에는 높은 수준이라 높은 수준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철강 관련 무역 제재를 자국의 안보 논리로 연결시킨 만큼 정부도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 문제는 분리하겠다고 밝혀 한미 통상 마찰이 북핵 공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 논리와 통상 논리는 다르다는 것이 대통령 생각”이라며 “북미대화가 굴러가는 논리와 통상 논리는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분야 문제제기로 인해 미국과의 대북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차단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니까, 우리도 거기에 맞춘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북한의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계기로 북미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의 실마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만큼 안보 사안은 안보 사안대로, 통상 문제는 통상 문제대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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