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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유가 급락 더블 펀치… 그로기 몰리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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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유가 급락 더블 펀치… 그로기 몰리는 러시아

입력
2014.12.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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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중앙銀, 800억달러 투입, 환율방어 나섰지만 실패

투자금 올해 1340억달러 썰물 "러, 길고 추운 겨울 맞을 것"

자원 대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어진 서방의 경제 제재에다 국제 유가 하락이라는 더블 펀치를 맞고 휘청대고 있다.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단 번에 금리를 6.5%포인트나 인상했다. 주가는 올 초 대비 40% 폭락했다. 이달 만기 외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러시아중앙은행은 15일 밤 기준금리를 기존 10.5%에서 17%로 올렸다. 6.5%포인트의 파격적인 금리인상은 이날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 환율이 64.45루블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은행은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루블화 가치 하락과 인플레의 위험을 줄이려는 결정”이라고 금리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G20 최고 금리…극약처방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인 이번 금리 인상은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불황을 감수하더라도 환율 방어와 인플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러시아 경제에 더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금리인상의 효과로 16일 외환시장에서는 잠시 60루블 전후로 환율이 회복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곧 전날보다 더한 기세로 떨어지기 시작해 장중 한때 80.1루블까지 급락했다.

루블화 하락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시작된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한 7월 이후부터 시작됐다. 올 초 환율이 달러당 33루블이었으니 1년 새 통화가치가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중앙은행은 연초부터 루블화를 사들이며 환율방어에 적극 나섰으나 별 효과를 못 봤다. 올해에만 루블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800억달러를 쏟았으나 외환보유액만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4,16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지난 11일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때에도 시장은 꿈쩍 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 되고 있어 환율방어용 금리 인상의 효과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 주가지수인 RTS는 올 초 대비 40% 이상 떨어졌다. 15일 824.01포인트로 2009년 4월 2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RTS는 대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속락하자 16일 장중 또 20% 가까이 빠졌다.

경제 제재로 자본 탈출 러시

통화 가치와 주가 하락은 러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됐다.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자본 탈출 러시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러시아를 빠져나간 돈이 1,340억달러이고,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1,200억달러가 이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경제 제재다. EU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을 지원하자 경제 제재로 맞섰다. 서구 금융기관에서 러시아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채무 상환 독촉이 잇따랐다. 돈줄이 마른 국영기업들이 다급해져 너도나도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나서는 형편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EU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은 0.6%포인트, 내년에는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행위는 지난 5월에는 러시아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1%, 2%로 예측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지난달 경제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경제 제재로 올해 400억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하락, 불 난 집에 기름 부어

불 난 집에 기름 부은 것이 국제원유가 급락이다. 러시아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원유 가격은 지난 6월 이후 배럴당 107달러에서 최근 56달러 아래로 47% 가량 폭락했다. 러시아중앙은행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내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4.5~4.7%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스탠더드은행의 이머징 마켓 전략가 티모시 애쉬는 “문제는 기름이 아니라 경제 제재와 지정학적 위기, 당국의 정책 부족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과가 한정된 금리인상 이외에 위태로운 경제를 위해 러시아가 내놓을 해법이 없다. 지지율 80%를 자랑하는 푸틴이 서방이 만족할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느닷없이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경제 제재가 이어질 것이다. 유가 역시 더 내려가지 않기를 바랄 뿐 당분간 대폭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러시아가 “길고도 추운 겨울을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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