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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이재명 현상’

입력
2016.12.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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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지지율 10%를 넘기 전에는 어디서 새누리당 대권주자라는 말도 꺼내지 말라.”지난달 15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당 소속 전ㆍ현직 광역단체장 4인을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이 대표의 말대로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이들 4인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10%가 안 된다. 국민들 사이에 이름이 꽤 알려져 있고 나름대로 활약도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10%대 지지율은 넘보기 힘든 벽이다.

▦ 광역단체장도 아니고 일개 기초단체장에 불과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10% 벽을 넘어섰다. 처음 10%대 진입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14~16일 실시한 조사에서였다. 10.5%를 얻어 문재인(20.0), 반기문(18.4), 안철수(11.9)에 이어 4위로 도약했다. 1주일 후에는 11.6%를 기록, 안철수(11.4)를 근소하게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11월 28~30일 조사는 15.1%로 안철수(10.5)와의 간격을 크게 벌리며 반기문(18.2), 문재인(20.7)를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 다른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반기문을 제치고 2위로 올라 서기도 했다(문재인 23.8, 이재명 17.2, 반기문 15.2, 안철수 6.9). 조사의 신뢰성, 오차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파죽의 상승세다.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현상, 샌더스 현상에 빗대 ‘이재명 현상’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근혜 퇴진ㆍ탄핵 정국에서 이 시장의 행보가 촛불 민심을 탔다고 볼 수 있겠다. 그는 야권 주자 중 박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가장 먼저 거론하고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수갑 채워야”등‘사이다’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 일시적 거품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가족 갈등과 사생활 논란, 거친 언행 등 폭발 잠재력 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중앙정부와의 정책 갈등도 변수다. 하지만 이 사안들이 대부분 알려졌는데도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막말과 기행에도 식지 않았던 트럼프 인기와 비슷하다. 간결하면서 선동성 강한 대중연설도 트럼프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의 무능에 염증을 느낀 대중이 트럼프와 같은 아웃사이더적 면모에 끌리는 현상이 엿보인다. 탄핵안 처리를 놓고 분열상을 보이는 정치권 행태가 이를 더욱 부채질할 수도 있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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