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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남 피살 사태가 소모적 안보 논란 소재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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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남 피살 사태가 소모적 안보 논란 소재 되어서야

입력
2017.0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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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독살 사건 전모에 대한 조사가 당초 추정과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범행 용의자들이 특정국가 정보기관에 속한 공작원이 아니라 살인을 청부 받은 암살단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은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권 소지자로 드러났다. 달아난 4명의 남성 용의자들도 국적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다국적 암살단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 사건 배후로 여전히 북한이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지만 연결고리를 밝혀 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주말로 예정된 시신 부검 결과 발표가 고비가 될 수 있지만 배후 조사가 자칫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의 입장도 석연치 않다. 사건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북한 대사관 측 요구에 따라 시신 인계 의사를 서둘러 발표하고, 이번 사건이 관련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 등이 그렇다. 국익 우선을 앞세워 지나치게 외교적 고려를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국제적 공분을 사고 있는 반인륜적 범행이다. 외교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되어야 마땅하다. 북한이 배후라는 점이 확인되면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인권문제가 한층 부각되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닌 것이다. 정부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모가 정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과 협력을 해야 하는 이유다. 다만 조급하게 접근하다가는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을 일으킬 소지도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이번 사건이 북한의 북극성 2형 중거리미사일 발사와 맞물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소모적 안보 논란의 소재로 이용될 조짐이 일고 있다. 벌써부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번 사건 파장 등을 부각시키며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안보관에 대한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미사일 발사와 김정남 독살 사건이 없었다 해도 안보 문제는 대선 국면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련의 북한발 쟁점을 빌미로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것은 대선 때마다 등장했던 백해무익한 색깔론 또는 ‘북풍’ 논란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국정농단과 탄핵정국 속에서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보수 정당들이 안보 문제를 고리로 불리한 판세를 뒤집으려 한다면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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