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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논쟁도 없다… 누가 한국 문학을 죽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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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도 논쟁도 없다… 누가 한국 문학을 죽였는가

입력
2015.06.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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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서점에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 hankookilbo.com
21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서점에 베스트셀러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배우한기자bwh3140@ hankookilbo.com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국 문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학성 높은 작품이 생산되는 것도 아니다. 문학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한국문학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문학의 죽음은 그 자체로는 구문(舊聞)이다. 한국문학의 죽음 역시 과학기술과 영상언어의 득세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일 뿐, 문학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는 적극적으로 반론돼야 할 테제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소설가 신경숙씨의 표절 논란으로 인해 한국문학의 죽음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한국문학계에서 유일하게 돈벌이가 되는 작가를 둘러싼 출판자본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출판자본에 예속된 비평가들의 주례사 비평이 주류로 자리잡으며 문단은 비판과 논쟁이 차단된 고립의 섬이 되었음이 확인됐다. ‘신경숙 사태’가 문제적인 것은 한국문학을 국내외적으로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가 수많은 작품에 표절의 흔적을 남겨놓아서가 아니라, 그것이 한국문학이라는 제도의 총체적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신경숙 작가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서점에 신 작가의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경숙 작가가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우국’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오후 서울시내 한 서점에 신 작가의 서적들이 진열되어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신경숙 작가와 함께 성장하며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을 이끌어온 문학출판사 문학동네는 이번 논란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논란이 불거져 나온 지 사흘 만에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평론가 신형철씨와 권희철씨가 “이 불행한 결과에 대해 작가의 자문과 자성이 필요해 보인다”며 “작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하고 이를 창작활동의 한 전기로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각각 개인 입장문을 통해 밝혔을 뿐이다.

이에 대해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답신 형태의 비판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칭찬 일변도의 비평이 바로 지금 목도하는 한국문학의 초라한 모습을 가져온 원인이며, 한국문학의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하락시킨 이유”이자 “한국문인들의 자기 성찰 능력과 지성을 퇴락시킨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한국문학 전체에 “창작활동의 한 전기”가 되고, 한국문학이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문단이라는 제도의 혁신이 요구된다. 문단의 폐쇄성과 끼리끼리 문화를 비판하지 못하고 주례사 서평으로 제도 문학에 복무해온, 한국일보를 위시한 언론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시 문단을 들여다보고 폐부를 드러내야 할 때다.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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