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이 2014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20주년 특별전에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홍성담 작가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전시되지 못한 것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의 외압 때문이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시장은 1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홍 작가의 세월오월 작품 전시가 무산된 데 대해 “2014년 8월 중국 출장 중 김종 문체부 제2차관한테서 전화를 한 번 받았고, 통화내용은 비엔날레 특별전에 예산(광주시비 5,000만원)이 들어가는 일에 대해 (세월오월 작품이 걸리는 게)적절한 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윤 시장은 또 김 전 차관의 전화 통화에 대해 전시를 철회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느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김 전 차관과의 전화 통화가 전시 철회에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고 사실상 외압을 시인했다.
홍 작가는 2014년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터전을 불태우라’는 주제의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인 ‘광주정신展’에 세월호 참사를 5ㆍ18민주화운동과 연계해 묘사한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의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출품할 예정이었다. 홍 작가는 당시 이 그림에서 박 대통령을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조종을 받는 허수아비로 풍자했다가 논란이 일자 박 대통령 부분을 닭 모양으로 바꿔 다시 그렸다. 하지만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전시를 유보하자 결국 작품 전시를 자진 철회했다.
윤 시장의 뒤늦은 고백을 두고 “전형적인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시장은 당시 6ㆍ4지방선거와 관련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터여서 스스로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홍 작가는 “광주시는 지금이라도 세월오월을 전시하고 윤 시장은 시민들께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최근 공개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나를 사이비 예술가로 칭한 점을 근거로 김 전 실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종 전 차관은 “(윤 시장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없다”며 “2차관 업무는 체육분야로, (문화분야인 걸개그림과 관련해) 전화를 할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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