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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2)전두환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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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62)전두환과 나

입력
200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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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이다.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라면 서로 최고를 자처하는 박종환(朴鍾煥) 감독과 전 전 대통령, 그리고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 전 대통령은 축구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고비 때마다 큰 도움을 줬던 분이기도 하다.

우선 세간에 나도는 나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부터 바로 잡고 싶다. 첫째, 내가 1980년 8월 방송출연을 금지당한 것이 전 전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는 오해.

외모와 데뷔년도가 비슷한 두 사람에 대해 이러저러한 얘기가 많으니까 전 전 대통령이 아예 나의 방송출연을 금지시켰다는 추측이다.

둘째, 나와 그가 아직도 사이가 안 좋다는 것.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두 주장 모두 ‘천만의 말씀’이다.

물론 내가 ‘저질’로 낙인 찍혀 방송에 못 나오게 됐을 때 그를 욕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내가 TV에서 “대한민국에 ‘빛나리’가 나만 있나?”라고 했다고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개 코미디언의 방송출연까지 금지시킨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밤업소에 나가 “턱 나온 년도 있고, 까진 놈도 있고…”라고 분풀이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오해는 얼마 안 가 풀렸다. 바로 박 감독을 통해 전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박 감독이 83년 6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 신화를 이룬 직후였다. 전 전 대통령은 나와 박 감독을 불러 박 감독의 선전과 우리의 우정을 칭찬했다.

당시 언론에는 나와 박 감독이 춘천고 축구부 동문이며 내가 4강 진출 기념으로 박 감독에게 승용차를 선물한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됐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 선생님, 왜 한동안 TV에 안 나오셨죠? 전 국민을 웃기신 분이 TV에 갑자기 안 나오니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했습니다.”

결국 그는 아무 것도 몰랐다. 모든 것이 밑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저지른 일이다. 그는 결코 개인감정으로 공적인 잘못을 저지를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다.

전 전 대통령과 박 감독이 처음 인연을 맺은 사연도 재미있다.

박 감독이 서울시청 축구단 감독이었던 76년 여름, 박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이기 위해 한 군부대에 선수들의 유격훈련을 부탁했다.

그 부대가 바로 공수1여단이었고 당시 여단장이었던 전두환 대령은 박 감독의 깐깐한 성격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결정적으로 전 전 대통령과 친해지게 된 것은 89, 90년 백담사로 그를 찾아가면서부터. 박 감독과 함께 비밀리에 백담사를 찾아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부터 우리는 급속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항간에는 내가 백담사 독대를 계기로 지난 방송출연 금지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다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다.

그는 얼마 전 분당 집에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3월 초였을 것이다. 측근 몇 명을 데리고 와서 1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그때 그가 내게 한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암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정 의원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줬으니 반드시 건강을 되찾을 것입니다. 몇 십년 동안 자기 몸을 보호하지 못한 것에 대해 하늘이 그 기회를 주신 것이라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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