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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일본 “총리 의회해산권 제한” 논쟁

입력
2017.10.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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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학스캔들 피하기 꼼수에

“국난돌파” 제국주의 때 구호까지

역대 ‘죽은척 해산ㆍ모두 해산’ 등

대부분 자기 보신용… 비판 확산

일본 중의원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정오 소집된 본회의에서 중의원 해산이 결정되자 만세삼창을 하는 모습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의원들이 지난달 28일 정오 소집된 본회의에서 중의원 해산이 결정되자 만세삼창을 하는 모습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단행한 중의원 해산에 대해 “사학스캔들 은폐를 위한 해산” “대의없는 자기보신 해산”이란 비판이 쏟아졌지만 총리 자신은 “국난돌파를 위한 해산”으로 규정했다. 저출산 고령화와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내세운 조기총선으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아베의 ‘모험’에 대해 일각에선 ‘국난돌파’ 구호를 두고 과거 제국주의 시대의 불길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일본에서 ‘국난돌파’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대는 1930년대다. 31년 만주사변이 발발하고 33년 일본이 국제연맹을 탈퇴해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던 당시 열도를 뜨겁게 달구며 이 문구가 강조됐다. 국가위기에 국민이 하나가 돼 극복하자는 당시의 슬로건이, 지금 아베 총리의 “1억 총활약사회”나 “국난돌파 해산” 같은 구호 속에서 다시 연상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아베 총리가 과거에 유행한 ‘국난돌파’ 문구를 앞세워 사적인 이익달성을 위해 의회해산 권한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런 비난에 따라 총리의 의회해산 권한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논의가 일본 사회 곳곳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당장 야당은 해산권 제한을 내달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제의 의회해산 권한이 총리의 전권사항이 된 근거는 일본헌법 7조다. ‘일왕이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을 1953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가 처음 활용하면서 총리 개인의 정권연장 득실에 따라 해산권 남용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다. 해산의 시점을 총리가 독차지하면서 국민이익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호해졌다.

역대 사례를 봐도 총리의 의회해산 권한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를 잠재울 반론이 취약하다.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는 이른바 ‘죽은 척 해산’으로 불리는 기습해산을 강행해 야권을 참패로 몰아넣고 그 승리를 기반으로 자민당 총재(총리) 임기를 1년 연장받았다. 1996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오키나와(沖繩) 기지 문제로 공격을 당하다 기습적인 ‘모두(冒頭ㆍ국회 개회와 동시) 해산’으로 압승을 거뒀다. 이번 해산은 역대 23번째다.

해산권 제한 논쟁이 확산되는 것은 같은 내각제 국가들의 동향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은 총리가 자유로운 해산권을 가졌다고 해석해왔지만 지난 2011년 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제한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총리의 해산권이 일반화된 경우는 일본, 캐나다, 덴마크, 그리스 등 4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 지식층 일각에선 개헌이 추진될 경우 이 문제를 국민적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큰 변화에는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일본정치, 그렇지만 내각제 체계 안에선 매우 다이내믹하게 움직이는 일본 민주정치가 총리의 해산권 남용이란 오랜 관행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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