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뉴스분석]‘큰 정부’ 공식 선언… 재정 대거 투입해 저성장ㆍ양극화 잡는다

알림

[뉴스분석]‘큰 정부’ 공식 선언… 재정 대거 투입해 저성장ㆍ양극화 잡는다

입력
2017.07.26 04:40
0 0

문재인정부 첫 경제정책방향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환담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정부 예산을 경상성장률(실질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은 더한 것)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확장 재정’을 편성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시장과 기업에 맡기는 대신, 정부의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직접 풀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정부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큰 정부’로 공식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향후 5년간 정부 경제정책 기조를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우리 정부 경제정책의 기조가 될 것”이라며 “새 정부가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는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정부가 밝힌 경제정책방향의 기조는 크게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중심 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네 가지다. 이 같은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정부지출의 증가 속도를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관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올해(4.6%)와 내년(4.5%)의 경상성장률이 4%대 중반인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예산증가율은 매년 5%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과제와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반영된 각종 복지ㆍ노동ㆍ교육 관련 정책에 상당한 재정이 투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정부지출 증가율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 공약했던 7%대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정부와 여당이 소득ㆍ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며칠 뒤 곧바로 경제정책방향에서 확장재정 의지를 강력하게 밝힌 것을 조합하면 ‘많이 거둬서 많이 쓰겠다’는 큰 정부의 밑그림이 완성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확장재정으로 잡으려 하는 두 마리 토끼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 문제로 자리잡은 저성장과 양극화다. 우선 재정지원을 통해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주면, 이들이 소비를 늘리게 되고, 이 소비증가가 다시 생산증가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개념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론이다.

양극화 폐해를 줄이는 데도 국가가 적극 나선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더 거둔 세금을 저소득층에 투입해 재정의 ‘분배 효과’를 늘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ㆍ사회 관련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재정 만능론’이 어디까지 통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번 대책이 지나치게 돈을 쓰는 문제(복지ㆍ노동ㆍ교육 등 지출 확대)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정부가 선도적으로 챙겼어야 할 성장전략과 산업정책 등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경제정책방향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 투자를 촉진할 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고 분배만 강조되어 있다”며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기업인데, 기업을 튼튼하게 할 대책이 없이 재정으로 몸집만 키워가는 것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상성장률을 한참 넘어서는 정부지출증가율을 한국 경제가 계속 감내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 증세는 없다”고 못박은 만큼 이 같은 확장재정의 재원은 고소득자ㆍ대기업 증세만으로 마련해야 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지출증가율은 경상성장률 수준이 가장 적절한데, (대통령 공약인) 7%는 비상식적”이라며 “모든 과표구간에서 세율을 올리는 보편적 증세 접근을 하지 않는다면 3~4년 뒤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