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신원조회 규정 삭제 요구
대법 "검찰 등 고위공무원도 한다"
국가정보원이 경력판사 지원자를 상대로 사전면접을 실시한 의혹이 법조계에 파문을 낳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27일 성명에서 “국정원이 판사 지원자들을 비밀리에 개별 면담하고 합격 기준을 이야기한 것은 사법권 독립이란 헌법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법권 독립이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된 것은 큰 충격이며, 법조계 일원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최근 국정원은 판사 지원자 신원조사에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견해나, 노조 활동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까지 추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변회는 대법원에 사실관계를 밝힐 것을 공식 요구하고, 논란이 된 판사 신원조회 규정의 삭제를 요구했다. 현행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 제33조 1항은 ‘국정원장은 국가보안을 위해 국가에 대한 충성심ㆍ성실성 및 신뢰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신원조사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시행규칙 제54조 1항은 신원조사의 예정자로 판사 신규 임용 예정자를 명시하고 있다. 서울변회는 “문제가 된 대통령령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겠다”면서 “판사 임용에 어떤 세력이나 정치적 입장도 개입할 수 없도록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한택근)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헌법 가치 수호에 앞장서야 할 정보기관과 대법원이 그 책무를 포기하고 공안통치를 자초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입법ㆍ사법ㆍ행정 3부를 마음대로 주물렀던 독재시대로 회귀를 꿈꾸는 정보기관의 공작”이라면서 “임용 예정자가 아닌 단순 지원자까지 신원조사를 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신원조사에 대한 관련법률에 근거해 법관 지원자로부터 신원진술서, 신원조사에 동의하는 내용의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받아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의뢰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신원조사 과정에 이의를 제기한 임용대상자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국정원 조사자료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성’ 판단자료로만 활용하고, 가치관이나 정치적 성향은 심사에 활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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