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참으로 능력 있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이미 자신이 표방한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의 성과를 이미 상당 수준 거두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미국에서의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투자의 진흥, 그리고 그 부산물로서 미국의 수출 증대라는 점은 이제 모두에게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멕시코로 투자하려던 포드, 캐리어 등의 기업을 윽박질러 그 투자를 철회하고 미국에 투자를 더 늘리게 유도하였고, 그 부수적 효과로 해외로 투자하려던 다른 기업들도 알아서 미국 내 투자를 대폭 늘리는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기업이 피아트 크라이슬러이다. 이 과정에서 그가 사용한 무기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이었는데, 그 때문에 트럼프를 보호무역주의자로 지칭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난 6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AEA) 연례총회에서도 컬럼비아대 펠프스 교수, 시카고대 마이어슨 교수, 프린스턴대 디턴 교수 등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모두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하버드대 서머스 교수는 아예 보호무역주의자라고 비판하고 있으니 그럴 만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자주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과연 보호무역주의일까? 우리가 보호무역주의라고 지칭할 때는 대부분 ‘수입을 억제’하려는 정책이나 조치들을 가리키는 것이 보통이다. 트럼프의 관심은 수입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보다는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미국의 수출을 늘리는 데 맞추어져 있다. 기실 트럼프 당선자의 이른바 ‘트위트’ 정책 외에 그가 제시한 중요 경제정책의 골자는 결국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외국인 투자 기업 포함) 투자를 늘리고 그 결과로 일자리를 늘리려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즉,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0%로, 법인세를 35%에서 15%로 하향 조정하겠다는 그의 경제공약의 핵심 목표는 결국 미국 기업활동을 진작시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위협의 수단으로 계속 언급하고 있는 멕시코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에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실현된다면, 그를 보호무역주의자로 불러도 좋겠지만, 그 위협은 마치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위협과 비슷하게 그야말로 전례 없고 비상식적이기에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그를 보호무역주의자라고 부르기보다는 이미 역사의 유물이 되어 버린 ‘중상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국부를 우선시하고 미국의 수출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보후주의자이건 중산주의자이건 트럼프는 과거 미국 대통령들과는 매우 다른 생각을 가진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그의 표현은 거칠게 들리고 그의 생각은 예측 불가능하게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가 평생을 비즈니스맨으로 살아왔고 그의 사업들이 상당한 협상력에 의존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의 경제정책에 대응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나 기업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 즉, ‘우리 수출제품의 가장 큰 시장’이라는 생각을 바꾼다면 어쩌면 새로운 기회로 바뀔 수도 있을지 모른다. 미국에 투자하는 데 따른 인센티브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도요타처럼 미국에 충분히 투자하고 있다고 버티는 것보다는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미국에서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대규모 대미 투자사절단을 꾸려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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