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명 응시자 중 50여명 뽑아
고시생 모임 “사시 존치” 불구
“로스쿨 안정시켜야” 목소리 대세
‘흙수저들의 희망의 사다리’로 불리며 숱한 성공신화를 빚어낸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없어지는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이 21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실시됐다. 24일까지 나흘간이다. 지난해 1차 시험 합격자 중 2차 또는 3차 시험에 불합격한 200명이 이번 2차 시험 응시 대상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196명이 원서를 냈으며, 시험 첫날인 이날 결시생 10명을 뺀 186명이 응시했다. 이 가운데 50여명이 합격증을 받게 된다. 사시 폐지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에 따라 올해는 1차 시험이 치러지지 않았다.
사법시험은 지난 55년간 2만명이 넘는 법조인을 배출했다. 1947~49년 조선변호사시험이 모태가 돼 1950년부터 고등고시 사법과로 불리다, 63년부터 지금의 사법시험이 됐다. 합격자 수는 300명에서 500명, 1,000명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2012년 500명, 2014년 200명, 지난해 100명으로 줄었다.
사법시험 제도는 인생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고시촌을 전전하는 장수생들을 ‘고시낭인’으로 이끈다는 부작용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학력이나 출신지 등 배경에 상관없이 오로지 갈고 닦은 실력만으로 승부해 합격ㆍ불합격을 가리고, 공정 경쟁을 통해 인재를 배출하는 순기능도 톡톡히 해냈다. 역대 사법시험 합격자들은 판사, 검사, 변호사, 헌법재판관, 사내변호사,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역에서 법률전문가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대통령도 2명이나 배출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사법시험 존치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마지막 2차 시험이 치러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시험은 55년간 한 번도 공정성 시비가 없었을 정도로 공정사회 상징과도 같은 제도이며 국민 85%가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률전문가가 부족했던 고도성장기 이후 사법시험이 역사적 소명을 다한 만큼, 이제는 로스쿨을 새로운 법조인 양성 체제로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일원화 공약을 내걸어 부활은 어려워 보인다. 정형근(60ㆍ사법연수원 24기)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사법시험의 공정성을 로스쿨에서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입시제도와 학사관리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전공자들이 법조인을 지망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제도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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