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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 17개월… 부동산 온기 살렸지만 가계 빚은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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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노믹스 17개월… 부동산 온기 살렸지만 가계 빚은 눈덩이

입력
2015.1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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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복귀 앞둔 최 부총리

가계소득 늘었지만 미약

수출 부진에 성장률 3% 물 건너가

그나마 내수 회복된 건 긍정적 평가

차기경제팀에 난제 남겨

부양책 남발로 가계부채 급증

산업구조 재편ㆍ신성장 동력 확충 숙제

‘최 인맥’도 후임 부총리엔 부담

“지금 부동산 시장은 한겨울이다. 겨울에 여름 옷(규제) 입고 있으면 감기 걸려 죽지 않겠나.”(2014년 6월 13일 부총리 내정 직후 발언)

1년 반 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겨울 옷, 여름 옷’ 비유와 함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다. 규제를 깨고 돈줄을 풀겠다는 취임 일성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친박 실세 중 실세로, 경제만큼은 대통령 못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근혜노믹스’가 아닌 ‘초이노믹스’란 이름이 붙은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

이제 20대 총선 출마를 위해 여의도 복귀를 앞둔 지금, 그의 재임 17개월에 대한 평가 역시 그때만큼이나 엇갈린다. 화끈한 규제철폐로 부동산 시장 온기를 확실히 살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지나치게 부양책을 남발해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말았다는 비판도 비등하다.

기대에 못 미친 경제 성적표

최 부총리가 취임 초 내놓은 정책 중 가장 공을 들인 것은 가계소득 증대 ‘3종세트’(근로소득증대, 기업소득환류, 배당소득증대). 가계의 소비 증대→기업 매출 증가→고용 확대→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성과는 어땠을까?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해 2분기 338만1,000원이었던 가계의 평균 가처분 소득은 올해 3분기 358만2,000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분기별로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0.9~3.1% 수준으로, 이 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난 정도의 수준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쏟아낸 정책이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최경환 경제팀의 전반적인 거시 성적표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세계경제 둔화라는 초대형 외풍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붕괴(11개월 연속 마이너스)되며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가 강하게 집착했던 올해 3%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 갔다.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 경기를 살린 건 최경환 경제팀이 거둔 부인할 수 없는 성과다. 최 부총리 취임 전 1년(2013년7월~2014년6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는 7만5,576건에 불과했지만, 취임 후 1년(2014년7월~2015년6월)은 11만3,447건에 달했다. 올 하반기 내수가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를 잡은 것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경착륙하려던 경기를 확장재정으로 막아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차기 경제팀에 떠넘겨진 숙제

하지만 최 부총리의 ‘공’으로 평가되는 것조차도 차기 경제팀에는 엄청난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부양 정책에 따라 무서운 속도로 불어난 가계부채다.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10.4%)은 경제성장률의 3배를 웃돌고, 10월에도 사상 최대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늦기 전에 서두르자”며 건설업계가 마구 분양을 쏟아낸 결과 공급도 과잉 상태다. 올해 주택 인허가 물량이 74만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2~3년 뒤 분양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만사경통‘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경제계 인사를 좌지우지했던 것도 차기 경제팀에게는 부담이다. 경제팀 내각은 물론, 금융기관과 공공기관 요직 곳곳에 ‘최경환 인맥’들이 포진한 상황. 최 부총리와 함께 일한 기재부 공무원들 역시 대거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정부 부처 한 공무원은 “최경환 인맥들이 워낙 다양하게 포진해 있는 것이 후임 부총리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중국 및 신흥국 경기 둔화 ▦초저유가 기조 고착화 등 내년 이후 대외 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이미 부양책이란 부양책은 거의 다 사용해 버려 후임 부총리가 쓸 카드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김정식 교수는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 일이 차기 경제팀의 숙제“라고 했고,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차기 경제팀이 부채의존형 성장을 혁신 주도 성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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