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ㆍ중ㆍ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교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한결 같은 결과다. 10년 전에는 초등학생의 71.8%, 중학생의 59.6%, 고교생의 46.2%가 교사 의사 회사원 공무원 등을 10대 희망직업으로 꼽아 쏠림 현상이 조금 심했을 뿐이다. 특정 직업에 대한 편중은 다소 줄었으나 경찰 군인 간호사 의사 등 안정적 직종에 대한 선호는 여전했다. 그나마 변화라면 요리사 프로게이머 제빵ㆍ제과원 등 최근 대중매체가 집중 조명한 직업이 희망순위에 새롭게 들어간 정도다.
▦ 아이들이 특정 직업만 선호하는 것은 학부모와 교사들이 진로지도보다 진학지도에 치우친 결과다. 안정된 직장만 녹음기처럼 강조할 뿐 다양한 체험을 통해 꿈을 구체화하도록 돕지는 않는다.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46%가 자기 희망직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자기 적성을 잘 안다는 응답은 고작 14%였다. 아이들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점점 더 학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선호한다. 초등학생 희망직업 10위권에 든 가수 프로게이머 제빵ㆍ제과원이 중ㆍ고생들 사이에선 실종된 게 그 방증이다.
▦ 세상을 바꾸는 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1990년대 초반 파산 위기에 놓인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를 살린 이는 독일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29세)에 최고경영자가 된 요헨 자이츠다. 그는 경쟁 브랜드가 타이거 우즈나 호나우두 같은 유명선수에 매달릴 때 16세 무명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를 발굴해 후원했다.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한 영국 다이슨(Dyson)사 설립자 제임스 다이슨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또래와 다른 길을 갔고 남들이 해보지 않은 아이디어를 늘 시도했다.
▦ 공무원이던 부친 영향이었을까. 40년 전 중학생 시절 내 꿈은 공무원이었다. 친구들은 군인 교사 의사 판ㆍ검사 등을 꿈꿨다. 지금 아이들과 비슷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한국직업사전’을 보면 우리나라 직업은 1만2,000개나 된다. 다보스포럼은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초등학생의 70%는 드론 조종사, 에코 컨설턴트 등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기실 학부모의 꿈이다. 성적순으로 꾸는 어른들의 꿈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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