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내놓은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외로 입양된 아동은 전년보다 17명 줄어든 863명으로 역대 최저다. 2012년 1,880명이던 입양아 숫자는 최근 수년 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입양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꾼데다 저출산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전체 아동 숫자가 준데다 입양 수요가 감소한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입양아 감소가 오롯이 국내 입양이 줄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랜 사회 문제였던 해외입양은 최근 수년간 전혀 줄지 않고 지난해는 심지어 전년보다 20% 늘기까지 했다.
정부가 2013년 가입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은 입양 원칙으로 ‘원 가정 보호가 우선이며, 그게 불가능할 경우 국내에서 보호할 가정을 찾고, 그런 가정이 없다면 해외입양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 전쟁 고아를 대규모로 해외에 보냈던 한국은 한때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10여 년 전 입양의 날을 정한 것도 이 같은 불명예를 씻어보자는 목적이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해외 입양아 숫자가 크게 줄긴 했으나 국제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내 아동 입양 비율 1위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한국 아동 입양 숫자가 중국, 에티오피아에 이어 3위였다.
해외 입양아 숫자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10년 전부터 그 규모를 10%씩 줄이거나 국내 입양의 3분의 2로 한정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숫자라도 줄여 보자는 정책을 근본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해외 입양을 대체할 국내 입양을 어떻게 늘릴 지 더 고민하고, 애초 입양아 발생을 줄이는 ‘원 가정 보호’가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해외 입양은 줄지 않고 국내 입양만 감소하는 현상을 심각하게 봐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입양의 결정적인 걸림돌은 여전히 강고한 혈연 중심 가족문화다. 시민 개개인이 입양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캠페인 등을 통해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입양 심사ㆍ감시는 강화가 맞지만 그 외 부분에서 입양의 문턱을 높이는 불필요한 제도는 없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미혼모나 한부모가 피눈물을 머금고 입양 보내는 선택을 하지 않도록 경제적 어려움이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 없이 아이를 키울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7월 한부모가족 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입양의 날 전날을 ‘한부모 가족의 날’로 새로 정한 것도 그런 취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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