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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용서받지 못할 劉' 낙인… "비박계에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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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용서받지 못할 劉' 낙인… "비박계에 경고 메시지"

입력
2015.06.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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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다음 총선 승리만 집중' 판단

정책 엇박자로 현 정권 성공 위기감

靑 우위 당청관계로 반전 노림수

선거 때 '권력의 영향력' 부각도

“여러 현안 조율 과정에서 당청이 공동운명체라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처럼 말할 때가 많았다. 그런 발언들이 고스란히 보고되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할 사람도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이유를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이렇게 답했다. “불신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정권의 성공을 위해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다는 생각이 굳어진 것”이라는, 청와대가 그간 내놓은 설명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만으로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이 뽑은 원내사령탑을 직접 쫓아내겠다고 나선 이례적 상황이 명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금성녀와 화성남의 태생적 불협화음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박 대통령에게는 현 정권의 성공이, 유 원내대표로서는 다음 총선ㆍ대선 승리가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자신의 생각과 어긋나는 얘기를 반기지 않는 박 대통령과 유연성이 부족한 원칙주의자인 유 대표는 그 사이에서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양 쪽을 오가며 오해를 풀어줄 유 원내대표의 아군도 박 대통령 주변에 없었다. 여권 인사는 “유 원내대표와 관계가 껄끄러운 일부 청와대 참모, 국무위원 등이 갈등을 달래기보다는 부채질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을 집권세력을 뒷받침하는 조직으로 보는 박 대통령은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 정치를 하려는 유 원내대표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유 원내대표가 지난 총선과 2월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원조 친박’을 자처하다 이내 딴 소리를 한 것을 박 대통령은 용서하지 못할 배신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반면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비토를 뚫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만큼 빚이 없다고 생각하고 ‘유승민의 정치’를 할 때라고 봤을 것이다. 그가 원내대표 경선에서 “대통령에 할 말은 하고 제대로 소통하는 건강한 당청 관계로 바꾸겠다”, “확실한 변화와 개혁으로 총선ㆍ대선 승리를 만들겠다”고 의원들을 설득한 것에서 이미 청와대와의 충돌이 예고된 바였다.

“여당과 국회가 일자리창출ㆍ민생 법안들을 묶어 놓고 있어서 경제살리기가 안 된다”고 진단한 박 대통령과 “증세와 구조개혁 등 없이 경기부양책만으로 경제가 살아나느냐”고 맞선 유 원내대표의 인식 차도 컸다. 집권 반환점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진 박 대통령은 그런 유 원내대표를 여당 원내사령탑에 계속 앉혀 둘 수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여당 장악 승부수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표적으로 삼았지만,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의원들의 눈이 온통 내년 총선에 쏠려 있고 친박계의 구심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는 상황을 단번에 반전시켜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를 굳히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까지 한 것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현재 권력’으로서 얼마든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상기시킨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 공천 구도를 염두에 두고 비박계 지도부 힘 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일부 있다. 비주류인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총선 공천을 주도해 ‘비박계 여당’으로 갈 경우 남은 정권 임기 2년 간 국정운영이 힘들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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