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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는 정부… '메르스 정보 독점'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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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쉬하는 정부… '메르스 정보 독점' 딜레마

입력
2015.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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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접근 어려운 국민은 무방비

정치권도 비공개 원칙 질타

의료계 "지역 확산 막기위해 공개를"

정부는 "치료 거부 병원 나올라"

감염 지역 등 정보 비공개 고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공포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3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공포가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3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에서도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는 등 메르스 확산 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확진 환자 발생 병원 및 지역, 환자 수용 병원 등 관련 정보를 독점한 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정부가 융통성 없이 정보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메르스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관련 정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진 상황인데도 보건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인 등 소외계층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들의 불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건당국의 비공개 원칙은 정치권으로부터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국민 사이에 근거 없는 괴담이 퍼지고 있는데, 공기를 통한 감염이 되는 건지, 어느 지역을 피해야 하는지 등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어느 병원이냐, 환자가 누구냐, 감염경로가 어찌되냐, 치료방법 등에 대한 확인 안 된 얘기가 SNS로 급속히 번진다”며 비공개 원칙의 재검토를 주문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메르스 감염 지역과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82.6%에 달했다.

보건당국의 정보 독점은 국민들 사이에서 심각한 정보 불균형 현상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모(69)씨는 “인근 병원 원장과 주민센터 관계자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있는데 확인할 길이 없다”며 “발병 지역과 병원 정보를 갖고 있는 공무원, 의사들과 그 가족들은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정보가 없는 일반 국민은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격리 대상자가 1천364명으로 늘어나면서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와 우려가 더욱 심화된 가운데 3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격리 대상자가 1천364명으로 늘어나면서 감염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와 우려가 더욱 심화된 가운데 3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방역업체 직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정보를 틀어쥐고 있지만, 정작 메르스 감염 의심자의 신상 정보가 담긴 공문서가 유출돼 버젓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이날 메르스 감염 의심자 6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경기 화성시의 내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최초 유포자 검거에 나섰다. 화성시보건소가 지난달 31일 작성한 A4 용지 1장 분량의 문건에는 메르스 감염 의심자의 실명과 나이, 직업, 주소, 감염경로 등이 적혀 있다. 화성시는 이 문건이 화성지역 주부들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떠도는 것을 파악해 경찰에 신고했다.

메르스의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정보 공개 필요하다는 주장이 의료진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A교수는 “애초에 메르스 환자가 대거 발생한 경기 평택의 병원을 공개했으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병원 의료진들이 해당 병원에 있었던 환자임을 확인했다면 사전에 준비를 할 수 있었고, 격리 및 치료 정도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보 독점과 안일한 대처 때문에 3차 감염이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정보 비공개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날 김우주 메르스 민간합동대책반 공동위원장(대한감염학회장)은 브리핑에서 “악조건 속에서 메르스 치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민간 병원의 이름이 공개되면, 해당 병원들이 환자를 치료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 있는데 그럴 경우 피해는 국민들에게 간다”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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