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서야 도난 사실 파악
행방묘연하다 올해 3월 출품 확인
소유자 설득 끝에 무상 기증 받아
30여년 간 행방이 묘연했다가 미국 경매에 나온 조선시대 불화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東岳堂在仁大禪師眞影)’이 고국에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 조계종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환수 공개식을 열고 이를 공개했다.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은 18세기에 활동한 승려인 동악당재인대선사를 비단에 채색한 초상화로 가로 65㎝, 세로 97㎝다.
대부분 불화는 한쪽에 제작연도, 조성목적, 참여자, 금어 등을 적은 화기(畵記)가 적혀있지만 이 그림에는 화기가 남아있지 않다. 다만 1999년 조계종이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제작연도가 건륭3년 계해2월○일(乾隆三年癸亥二月○日)로 기록된 점에 비춰 1783년에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건륭은 1735년 즉위한 청나라 고종 건륭제의 연호다. 현재 제작연대를 파악하고 있는 고승의 초상, 즉 진영 가운데는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불화로 평가된다.
이 그림은 당초 전남 순천 선암사 진영각(眞影閣)에서 보관하다 1980~90년대에 도둑맞은 것으로 추정된다. 1999년부터 ‘불교문화재 도난 백서’를 만든 조계종은 관련 서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 그림의 도난 사실을 파악했으나 당시 정확한 도난ㆍ반출의 시기와 경위는 파악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올 3월 한 미국 경매에 이 그림이 출품된 사실을 파악하고 즉각 경매 중지를 요청한 뒤, 진영을 소유하고 있던 미국인 출품자와 2개월에 걸친 협상을 벌였다. 당초 출품자는 반환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법률대리인과의 협상 등 설득과정을 통해 무상기증 형태로 돌려받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각 기관이 백서발간 등 자료축적, 이송 관련 비용 부담, 외국 경매모니터링, 협상 등의 노력을 통해 협업해 도난문화재 환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진영은 당분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박물관에 전시한 뒤 선암사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과 조계종은 이날 ‘국외소재 불교문화재의 정보공유와 환수를 강화하기 위한 협력각서’를 체결했다. 두 기관이 지난해 맺은 ‘불교 문화재 도난예방 및 회수를 위한 협약’을 구체화한다는 취지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문화재팀 신유철 주임은 “정보 축적과 해외 유출 도난품 조사를 보다 체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박물관 등에 도난품 관련 안내장과 백서 등을 배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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