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양덕초는 부실 종합선물세트
4년 전 개교 직후부터 지반침하ㆍ통로 비틀림… 재시공 불구 다시 ‘E등급’
도교육청 “BTL사업” 팔짱, 참다못한 학부모들 자구책 마련 나서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포항양덕초등학교. 지은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신설’학교이지만, 개교 직후부터 부실시공으로 말썽이 나더니 갈수록 도가 심해졌고, 급기야 최근에는 위험건물 판정을 받아 급식이 중단되자 무더기 전학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ㆍ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동안 경북도교육청은 마치 남의 일인 양 팔짱을 끼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포항양덕초등학교는 지난 2010년 3월 개교 직후부터 부실시공에 따른 안전문제가 논란이 됐다. 교실 교무실 등이 들어서 있는 3층짜리 교사동과 급식실 등이 들어서 있는 2층짜리 강당동 1, 2층을 연결하는 복도식 통로가 기울어 그 해 7월 안전진단을 한 결과 최하위등급인 E등급이 나왔다. E등급은 즉시 철거 후 재시공해야 한다.
이듬해 6월 철거 후 재시공한 통로도 기울기 시작해 지난 6월 정밀안전진단 결과 이번에도 E등급이 나와 사용이 중지됐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교사동 맞은편에 있는 병설유치원 앞 땅도 푹 꺼졌고 학교 측은 주변 통행을 금지했다. 급기야 지난달 17일에는 강당동 1층 급식소에서 점심시간에 천장마감재가 떨어지는 사고도 생겼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지만 학교 건물과 지반 모두가 총체적 부실시공이었음이 재확인된 순간이었다.
부실이 심화하고 급식이 중단되자 이 학교에서는 엑소더스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하루에만 20명이 넘는 학생이 인근학교로 전학하는 등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40여 명이 전학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근 장흥초등학교로 전학한 학생만 1일 23명 등 6일까지 40명이다.
경북도교육청은 이번에도 강당동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지난달 30일 사용제한 후 보수ㆍ보강이 필요한 D등급으로 나오자 지난 1일부터 급식을 전면 중단했다.
경북도교육청은 계속되는 E등급 판정과 지반침하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이나 전면보수 대신 미봉책으로 일관,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도교육청은 양덕초등학교는 민간이 지은 뒤 도교육청에 시설물을 기부채납하고 관리운영권을 갖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Build-Transfer-Lease)으로, 건설사 등이 투자한 경북교육관리㈜에 운영권이 있다고 밝혔다. 시설물에 대한 소유권만 가진 도교육청은 경북교육관리에 분기마다 임대료 2억,5000여만 원과 운영비 5,500여만원 등 3억500여만 원을 지불하고 있다. 임대 기한은 2030년 3월 2일까지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분기마다 3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급하고, 개교 직후부터 부실시공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건물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 한번 실시하지 않았다. 진단 결과도 경북교육관리의 통보에 따라 파악하고 있다.
부실시공에 따른 벌칙도 전체 시설물 중 통로부분에 대한 43만8,000원을 2010년 3ㆍ4분기와 올해 3ㆍ4분기 2차례만 임대료에서 삭감했을 따름이다.
지역 건설업계는 일반 기업이나 관공서였다면 전면적인 정밀안전진단과 함께 재시공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주변지역이 연약지반이지만 주변 원룸촌 등에서는 이런 현상이 없고, 연약지반이면 적절한 지반보강공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부모 이모(42)씨는 “아이가 ‘학교가 무너질까 봐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한다”며 “누가 봐도 건물이 내려앉고 있어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데 교육당국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덕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지역 자생단체인 ‘양덕주민협의회’를 중심으로 직접 자구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포항 양덕주민협의회 관계자는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포항시 등 관계기관에도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학교 시설 점검을 요구했다”며 “교육청이 건물 전체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학부모들이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나설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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