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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배후 러시아 압박하는 미국·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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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배후 러시아 압박하는 미국·유럽

입력
2014.07.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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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언론 "우리 분노 보여 줘야" 對러시아 유화정책 포기 압박

우크라 사태 중재노력 獨도 등돌려… 오바마,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과 취재진이 1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그라보보 인근의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 추락 현장에서 개인화기로 무장한 친러시아 반군 대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희생자 시신이 담긴 길 옆의 검은색 자루들이 사고 참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라보보=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조사단과 취재진이 19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그라보보 인근의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 추락 현장에서 개인화기로 무장한 친러시아 반군 대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희생자 시신이 담긴 길 옆의 검은색 자루들이 사고 참상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라보보=로이터 연합뉴스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 여객기 피격이라는 돌발 사태로 러시아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한 친러시아 반군이나 이들을 지원하던 러시아 요원 소행이 확실한데도 푸틴 대통령이 진실 규명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자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에서 반러시아 여론이 급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ㆍ유럽, 푸틴에 대한 감정 싸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구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고립무원 지경은 아니었다. 강경한 미국과 달리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고 무역관계도 돈독한 유럽 국가들은 제재를 하면서도 대체로 사태를 원만하게 풀어가려는 쪽이었다.

하지만 이번 말레이기 격추 사건으로 그런 분위기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러시아의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 반군의 정신 나간 공격에 유럽 각국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무려 191명이 희생돼 국가 재난에 준하는 사태를 맞은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푸틴과 각별한 관계이던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19일 푸틴을 향해 “당신이 도울 생각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사실상의 경고장을 날렸다. 미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분주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 중화기가 흘러 들어가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며 “국경을 관리해야 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외무장관은 “사태해결 의지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라고 압박했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쪽이던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대응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 국적자로 확인된 희생자(네덜란드 복수 국적)를 애도하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악행이며 여객기를 피격한 미사일이 친러 반군 장악 지역에서 발사됐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98명이 희생된 우크라이나 동부 마을의 처참한 광경은 평생 잊기 어려울 것이며 유럽과 서방국은 이에 맞서 힘과 영향력, 가용자원을 동원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 차원의 강도 높은 제재 가능성을 경고했다. 27명이 희생된 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는 캐머런 총리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러시아를 압박하기로 뜻을 모았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도 기자회견을 열어 푸틴 대통령에게 지도력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기자 진실 보도 요구하며 사표

유럽 언론들의 거부감은 훨씬 강하다. 네덜란드 텔레그라프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이며 우리가 화가 났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에 대러 유화정책 포기를 요구했다. 폭스그란트도 “유럽 평화는 전쟁과 살육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며 “푸틴은 이번 사고로 맞게 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푸틴은 친러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의 지도력과 국제사회의 명성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러시아 국내에서조차 반발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러시아 관영인 뉴스전문 채널 러시아투데이(RT)의 런던 주재 기자인 사라 퍼스는 18일 말레이항공 격추와 관련 자사 보도에 항의하며 사표를 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퍼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사임했다”며 “팀원들을 존중하지만 나는 진실을 원한다”고 ‘진실을 보도하고 있지 않다’며 사임했다. 그는 사직 의사를 밝히기에 앞서 ‘러시아판 CNN’인 RT가 거짓말을 퍼뜨리고 있다며 비판하는 트윗을 남겼다.

일단 강수로 맞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 초기 서구의 허를 찔러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했던 것처럼 푸틴은 여전히 강경 대응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피격 사건 하루 전(16일) 미국이 푸틴 측근인 이고르 셰골레프 등 러시아 정ㆍ재계 인사 4명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취한 것에 맞서 러시아는 19일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미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도 계속되고 있다. 도네츠크 반군 지휘관인 이고르 기르킨은 “도네츠크 공항이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며 “정부군이 도네츠크 외곽에서 탱크와 다연장포로 공격해 주민들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타르타스통신도 동부 루간스크에서 정부군 공격으로 주민 16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우호적인 국제여론을 엎고 반군을 몰아세우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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