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등재 추진 세계문화유산 중 일부 시설 표지판 등에 기재 검토
"한국과 합의… 등록은 결정됐다" 日, 위원국들에 적극 홍보 불구
기술방식 등 세부사항서 진통 예고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일부 시설 표지판에 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사실을 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일본측의 이 같은 구상을 큰 틀에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의 강제 동원’ 표기 등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입장 차를 보여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의 합의에 따라, 각 시설에서 이뤄진 조선인 ‘강제 징용’에 관한 역사적 경위를 팸플릿과 현장 시설 설명판 등 방문자 설명 자료에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산케이 신문도 “해당 시설의 현장 설명판, 지자체 홈페이지 설명문 등에 한반도 출신자의 노동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장관도 22일 “양국 간 큰 틀에서 합의가 있었다”라며 “향후 협상 대표가 가까운 시기에 적절한 형식으로 협의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양국간 합의라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의 회담에 앞서 관련 시설에 조선인 강제 동원에 대한 내용을 표기하는 방안을 한국측에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어떤 자료에 어떤 형식으로 반영할 지는 차후 정해질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 유산 등록문제와 관련, 한국과의 절충이 이뤄졌다는 점을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에게 알리고 본격적으로 등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등록은 결정됐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런 절충이 이뤄지기 까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물 밑 조율’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야치 국장은 아베 총리의 지시를 받아 이 실장과 긴밀히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 측 국가안보국 간부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다만 아사히 신문은 “조선인 강제 노동을 언제 어떤 식으로 기술할 지를 놓고 양국간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강제성’을 강조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반도 출신 피징용자를 ‘민간 징용자’로 지칭한다”고 지적하고 “일본은 강제 노동이란 단어에 익숙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3개 산업시설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 등록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하시마(端島ㆍ일명 군함도) 탄광과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등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강제 노동을 한 시설 7개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이들 시설이 “일본 산업혁명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강제 동원 사실을 배제하는 방식의 세계유산 등재에 반대해 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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