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쓴다는 의미의 ‘아나바다’ 운동이 널리 확산된 건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 2016년 청춘들의 재테크도 이 운동의 정신을 따른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생활을 해 온 직장인 유지혜(29)씨는 자신이 구입하는 모든 전자기기 포장 상자를 버리지 않는 습관이 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원래 가지고 있던 제품을 상자째로 되팔기 위함이다. MP3, 카메라, 휴대폰, 밥솥까지 크고 작은 전자기기 상자는 절대 버리지 않는 게 그의 철칙. 물건을 샀다 되파는 ‘리셀러(reseller)’들처럼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건 아니지만 “버리는 것보단 중고를 파는 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이라는 게 유씨의 설명이다.
직장인 3년 차 오모(26)씨는 매년 사용하는 신용카드를 바꿔 왔다. 직장 선배들에게 전수 받은 ‘연회비 아끼는 법’이다. 연회비 1만, 2만원짜리 신용카드보다 연회비는 많지만 혜택도 큰 프리미엄카드를 주로 바꾸는 식이다. 이렇게 카드 모집인을 통해 카드를 만든 오씨는 연 20만원 가까이 되는 연회비를 우선 면제받았다. 오씨는 또 “발급받은 카드를 2, 3개월 집중 사용해 기준액을 채우면 30만원 이상의 상품권 같은 바우처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카드를 폐기한 뒤 새로 카드를 발급받는다”라고 설명했다.
박하나(28)씨가 재테크 방법으로 꼽은 건 경품 응모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사이트, 장을 보러 가는 집 앞 마트 등 이벤트가 열리는 곳은 가리지 않고 꾸준히 경품 응모를 해 왔다. 최근에는 영화나 뮤지컬 시사회 초대를 받기 위해 매일같이 어플을 들여다보다 응모한 결과 뮤지컬 관람에 두 번이나 당첨됐다. 돈으로 따지니 몇 만원은 번 셈이었다. 박씨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주는 영수증에 딸려 있는 응모권도 잊지 않는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귀찮고 부질 없는 짓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걸리기만 하면 큰 돈 버는 장사라 생각한다”며 “요행을 바란다기보단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벌이를 하는 재테크”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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