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가 동성애를 찬성하는 의견을 밝힐 경우 목회자에게 출교, 면직,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교단법을 최근 발표했다. 국내 교단에서 이 같은 징계안을 통과시킨 것은 처음이다. 일부 목사들은 “동성애와 성서에 대한 제대로 된 신학 토론도 없이 징계안이 통과됐다”며 우려하고 있다.
공표된 ‘교리와 장정’개정안에 따르면 기감은 ‘7편 재판법’가운데 목회자가 범하면 안 되는 범과의 종류를 기술한 조항에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했을 때”를 추가했다. 기존의 범과 항목은 ▦이단 종파에 찬동 협조 ▦음주, 흡연, 마약법 위반과 도박 ▦절취, 사기, 공갈, 횡령, 공금유용 등이다. 앞으로는 목회자가 동성애에 반대하지 않을 경우 이와 같은 죄로 취급해 재판에 회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4일 다른 안건 논의를 위해 열린 기감 임시의회장 앞에서는 청년들이 손팻말을 들고 이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감 소속 A목사는 “입법의회원들이 학생들이 든 팻말을 보고 ‘성소수자’라는 말 뜻을 되묻더라”며 “동성간 성폭행과 동성애를 혼용해 동성애를 질병 내지 범죄로 여기는 인식이 목사들 사이에 적잖게 퍼진 상태에서 깊은 찬반 토론도 없이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기감은 또 최근 규모가 작은 미자립교회(연 경상비 예산 3,500만원 이하) 소속 목회자에 한해 교단의 허락을 받으면 다른 직업을 병행해 돈을 벌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중직 허용이 신학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대형교회의 예산을 나눠 쓰려 하지 않고 목사에게 부업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감 소속 B목사는 “대형교회의 부가 작은교회로 재분배될 수 있도록 교단이 목회자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됐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정 먹고 살기 힘들면 나가서 벌라는 식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1930년 설립된 기감은 보수ㆍ진보를 아우르며 신학적 다양성을 추구해 온 교단이다. 일련의 퇴행적 조치들은 교단 지도부의 고령화, 보수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기감이 지난 14일 20년 만에 500여명 입법의회원 중 15%를 50세 미만자로, 15%를 여성이 맡도록 하는 ‘성별, 세대별 할당제’를 통과시킨 것도 이런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목사는 “국내에서 다원주의 신학을 처음 공론화한 기감이 시대를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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