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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문 여는 공인중개업소의 비밀

입력
2014.07.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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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공인중개업소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걸까? 사진은 올해 초 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시세표를 보고 있는 주민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어떤 공인중개업소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걸까? 사진은 올해 초 서울 잠실의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걸린 시세표를 보고 있는 주민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터줏대감 격 '회원업체', 정보-매물 공유하며 담합

후발주자 '비회원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

부동산 거래를 하기 위해 공인중개업소를 다니다 보면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공인중개업소들도 일요일엔 쉰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토요일도 아닌 일요일만 되면 문을 닫습니다. 돈벌이도 좋지만 일주일에 하루만큼은 남들처럼 휴식을 취하자는 일종의 묵계가 형성된 것일까요.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공인중개업소는 아파트 단지 등 수요가 많은 곳에 밀집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만 보면 꼭 일요일에도 홀로 문을 여는 곳이 있습니다. 당장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하는 성미 급한 고객을 위해 동네 약국처럼 순환당직제라도 시행하고 있는 걸까요.

여기엔 공공연한 업계의 관행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회원’과 ‘비회원’이라는 신분의 차이입니다.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공인중개업소들은 대부분 회원 업소들입니다. 여기서 회원이란 공인중개사협회에 가입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네 중개업소들끼리 결성한 자체적인 모임입니다. 동호회 친목회 등 부르는 이름도 다양합니다.

이 같은 모임이 만들어진 것은 정보의 공유를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집을 팔려고 내놓을 때 동네의 모든 중개업소에 등록을 하지 않듯, 개별 업체 역시 동네의 매물이나 수요자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힘을 합치는 것이지요. 매물을 보유한 A업체와 수요자가 있는 B업체가 서로 정보를 공유해 거래를 성사시킨 뒤 각자 고객의 중개수수료를 챙기는 식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일요일에 단체로 문을 닫는 것도 이런 모임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일요일은 전입신고나 등기신청을 할 수 없어 당장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렵지만 평일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날입니다. 그럼에도 일요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 건, 우리 모임이 힘을 합치면 이 동네 부동산 거래는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청개구리처럼 일요일에 문을 여는 공인중개업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모임에 속하지 않은 이른바 비회원 업소들입니다. 이런 곳들은 나중에 생긴 후발주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 공유를 위해 모임에 끼고 싶어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요일에도 문을 엽니다.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지요.

이들이 회원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짐작대로입니다. 좋게 말하면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중개업소의 난립에 따른 공멸을 막기 위해 적정 숫자를 유지하려는 것이지요. 나쁘게 말하면 신생 업체들을 ‘왕따’시키는 고사 작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회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중개업소가 자리를 떴을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회원 중개업소 자리에 높은 권리금이 따라 붙는 것은 이런 이유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새로 입주가 시작되는 신도시를 노려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기까지 듣다 보면 아마도 의문이 생길 겁니다. 일종의 담합에 해당되는 부당 행위 아니냐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이런 문제가 제기돼 2011년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됐고, 적발이 될 경우 최고 6개월의 업무정지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수료를 담합하거나 비회원 업소의 일요일 업무를 방해한 행위가 처벌 대상이라는 점입니다.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이런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개업소들의 영업 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개업소들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항변합니다. 먼저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이 정도 특권도 없다면 문제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담합이라는 게 결국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과 합리적인 가격 형성을 막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중개업소를 이용할 경우 회원과 비회원 업소를 동시에 방문하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회원 부동산을 이용하되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비회원 업소에도 등록을 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회원인지, 비회원인지는 어떻게 구분하냐고요? 다가오는 일요일 동네 공인중개업소들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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