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역별 비례제 반대할 경우 '밥그릇 지키기' 공세 부담
오픈프라이머리엔 친박도 불만, 野 '86세대' 구제 도구 우려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5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동시에 도입하는 ‘빅딜’을 제안하면서 정국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 국면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역풍을 우려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자칫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지역주의를 청산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ㆍ계파별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가 모처럼 불붙은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보인다.
새누리당 “권역별 비례 받기는 싫지만…”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일괄타결’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두 가지 사안이 각기 다른 개혁의 영역이라는 점을 이유로 내세워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이날 당 국민공천 태스크포스(TF), 보수혁신위원회 위원들과 모여 문 대표의 제안을 숙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는 등 고심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의 속내가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그 동안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국회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밥그릇 늘리기’라고 반대해 왔다. 하지만 문 대표가 이날 “현 의원 정수를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배분만 조정하자”고 역으로 치고 나오면서 권역별 비례제 도입 논의를 거부할 명분이 크게 약화됐다.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덮어놓고 반대할 경우 ‘밥그릇 지키기’라는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부담이다.
물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국회 단독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뜻 수용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지배적이긴 한다. 하지만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 개혁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게 유리한 측면만 가지고 정치개혁을 하면 그건 정치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지금 현재의 비례대표만 가지고 시행을 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야를 넘은 계파ㆍ지역간 이해 절충이 관건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갈등만큼이나 각 당내 계파ㆍ지역간 엇갈리는 이해관계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누리당의 경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이미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지만, 친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의 공천 영향력 행사를 배제하려는 의도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반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간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득표율이 28.3%로 높았던 부산ㆍ울산ㆍ경남(PK)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당장 거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10석 가까이를 야권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용퇴론에 휩싸인 ‘86세대(80년대 학번ㆍ60년대 생)’를 구제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문 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주고 받는 방식으로 하는 건 현재로선 좀 빠른 판단이 될 것이라고 보인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당내 균열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 더 이상 논의를 미룰 경우 국민의 정치개혁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본격화 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의 의원정수를 유지하되 현재 4.56대 1로 격차가 큰 지역구 의석 비율을 다소 줄여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석패율제도 함께 시행해 지역구 의석 축소에 따른 현역 의원들의 반발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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