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 난데없이 ‘김 여사’가 화제였다. ‘김 여사’는 운전이 미숙한 중년 여성들을 비꼴 때 쓰는 신조어다. 의미가 확대되어 불특정 다수의 여성 운전자들을 비하하는 말로도 곧잘 쓰인다.
‘김 여사’가 다시 이목을 끈 까닭은 한 유명인이 오래 전 자신의 SNS에 올렸던 사진 때문이었다. 그는 잘못 주차된 자동차 사진에 ‘대한민국 김 여사님들 파이팅’이라는 제목을 달아 놓았었다. 누리꾼들은 운전자가 누군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김 여사’라는 표현을 쓴 건 여성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글을 올린 이가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사과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이 자그마한 소동은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인 언어 사용을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웃자고 만든 ‘김 여사’ 같은 표현이 여성차별이라고 하는 건 지나친 게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이 지속적으로 사용되다 보면 어느새 여성은 남성보다 무능력하고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므로 경계해야 한다. 사실 남녀를 불문하고 능력이 부족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사회에나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부정적인 행동을 하는 무리들 중에 유독 여성을 비롯한 특정 계층에 초점을 맞춰 그 집단 전체를 비하하는 표현을 만들어 쓰는 것은 명백히 차별적이다.
남성들 중에도 운전 실력이 부족하거나 난폭 운전으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행동은 운전자 개개인의 탓으로 돌릴 뿐 남성들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보아서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을 따로 만들어 쓰지는 않는다. 이와 비교해 보면 왜 ‘김 여사’ 같은 말들이 여성 차별적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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