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9.12 17:17
수정 : 2017.09.12 18:37

박성진과 창조과학, 허리케인 하비의 연관성은?

기후변화 부정하는 창조과학의 최근 논쟁은

등록 : 2017.09.12 17:17
수정 : 2017.09.12 18:37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창조과학에 대한 신념이 연일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박 후보자가 활동한 한국창조과학회를 종교에 기반을 둔 유사과학 단체로 본다.

따라서 과학계는 이 단체에서 활동한 박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는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자는 11일 열린 국회인사청문회에 나와 “지구 나이가 6,000년이라고 신앙적으로 믿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이어 “진화론도 존중한다”고 덧붙였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창조과학회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성경적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지구온난화'. 한국창조과학회 캡쳐

‘인간의 활동은 기후변화와 무관’ 창조과학 주장 논란

박 후보자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창조과학은 국내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도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됐다. 창조과학은 ‘기후변화는 하나님의 섭리로 일어나는 것이며 인간의 활동이 직접적인 기후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창조과학은 6,000년 전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시점부터 계절이 발생했고 성경에 기록된 가장 큰 기후변화인 노아의 대홍수 이후 빙하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서는 ‘우리는 현재 그리 변동이 심하지 않은 기후 변화 속에 살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과학의 이 같은 입장은 전세계적인 연대가 필요한 기후변화 문제에 불협화음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화석연료에 의한 기후변화를 불신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업적 가운데 하나인 파리협정 탈퇴를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변화 부정론은 환경규제 철폐로도 이어졌다. 대기 관리와 수질 보호를 위해 설립된 환경보호청(EPA)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6개월간 30여건의 환경규제를 폐지하거나 지연, 중단시켰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성과를 내는 분야’라고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짐 브리든스타인 하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털사=AP 연합뉴스

백악관 지명 차기 NASA 국장, 기후변화 부정론자 논란도

이러한 백악관의 기조는 박 후보자와 같은 인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1일 백악관이 차기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지명한 짐 브리든스타인 공화당 하원의원이 기후변화 부정론자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브리든스타인 의원은 인간의 행동과 기후변화는 무관하다고 믿는다. 지난해 그는 월간 ‘아에로스페이스 아메리카’ 인터뷰에서 “기후는 언제나 변한다”며 “내연기관이 개발되기 한참 전 지구가 오늘날보다 더 더웠던 때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온난화 연구에 초과 지출된 비용을 비판했다. 전형적인 창조과학의 논리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부정론의 배후를 지적한다. 세계적인 기후학자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지난 6월 출간된 저서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에서 기후변화 부정론의 배후에 거대 에너지기업과 이들에게서 후원금을 받는 정치인, 과학자의 커넥션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 교수는 이들이 1970년대 담배의 유해성 논쟁이 벌어졌을 때 담배기업의 편에 섰다가 담배의 유해성이 드러난 후 기후변화 부정론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를 입은 미국 텍사스 주의 모습. AP 연합뉴스

‘1,000년만의 대홍수’ 허리케인 하비, 기후변화와 연관성?

최근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 때문에 국가 재난이 선포되고 뒤이어 더 큰 허리케인 어마가 찾아오면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세간의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허리케인 하비가 ‘1,000년만의 대홍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구온난화와 대홍수의 상관 관계도 대두됐다.

기후학자인 마이클 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120년간의 해수면 상승 그래프. 마이클 만 페이스북

마이클 만 교수는 지난달 말 페이스북에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하비를 불러왔다고 말할 수 없지만 허리케인의 여러 특성을 악화시켜 생명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만 교수는 기후변화로 휴스턴 지역의 해수면이 지난 수십년 동안 15cm이상 상승해 해당 지역의 홍수 피해 확률을 더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 해수면 온도 상승도 폭우 위험을 높였다. ‘클라우지우스-클라페롱 방정식’에 따르면 기온이 0.5℃ 올라가면 평균 대기 수분 함유량이 약 3%씩 증가한다. 만 교수는 하비 피해를 본 멕시코만 해안은 평균 해수면 온도보다 0.5~1℃ 높았으며, 대기 중 수분 역시 3~5% 많아서 폭우와 해안범람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 카르타헤나 방문해 신도들을 만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기후변화’ 놓고 트럼프 대척점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척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콜롬비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 비행기에서 교황은 기자들에게 허리케인 어마의 피해와 관련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자’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왜 기후변화의 영향을 인정하기를 주저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누군가 어떤 것을 보기 원치 않으면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과학자들에게 가서 물어보라”며 “과학자들은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명확히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 문제 언급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 교황은 동방정교회의 콘스탄티노플 바르톨로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와 함께 공동 성명을 통해 세계지도자들에게 지구 환경보호에 대한 전세계적 합의를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2015년 교황은 자신이 직접 쓰고 반포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관한 회칙인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구 온난화는 화석 연료 중심의 산업 모델 때문에 발생했다”며 “가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신의 창조물인 지구를 후세대에 넘겨줄 수 있도록 보존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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