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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은 없었다” 안희정, 검찰 자진 출석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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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은 없었다” 안희정, 검찰 자진 출석 노림수는?

입력
2018.03.11 2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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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위주의 수사 차단하고

대결구도로 법정다툼 포석 분석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오후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무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지난 9일 검찰 자진 출석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김지은씨에 대한 사과와 별개로 강제성이나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안 전 지사 측 입장. 단순 ‘돌발행동’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보단 일방적으로 검찰에 추궁 당하고 끌려 다닐 게 아니라 자진출석으로 이 같은 자신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를 선제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의 전략적인 수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검찰은 이와 무관하게 예정된 수순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해 나가는 한편 필요에 따라 안 전 지사를 다시 불러 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전 지사의 자진 출석은 실제 피해자 김씨 측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할 만큼 기습적이었다. “검찰과 사전에 협의된 게 아니다”(안 전 지사 측 이정호 변호사)는 말처럼 검찰과 조율된 것도 아니었다. 당일 비공개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고 있던 김씨 측 변호인단은 “돌발 행동이었고, 피해자 조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다.

검찰로서도 사건의 민감함을 감안해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고소인 조사와 각종 증거 수집을 통해 확보한 사실을 토대로 피고소인을 조사하는 통상의 과정과 달리 안 전 지사의 입장을 듣는 기초 조사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검찰은 “고소사실 전반에 대해 안 전 지사 입장을 ‘청취’했다”고 했고, 안 전 지사 변호인단 역시 “1차 조사를 받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성범죄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의 입장을 검찰에 직접 전달해 피해자 위주의 진술과 정보만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막아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측면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안 전 지사는 검찰에서 자신의 혐의(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를 부인하는 데 진술 시간 상당부분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관계가 있었단 사실은 인정했지만, 다만 강제성이나 위계에 의한 강압은 없었다는 입장의 반복이었다.

안 전 지사가 10일 새벽 9시간 30분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김씨를 언급하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9일 검찰 출석 시 포토라인에서 김씨에 대한 사과가 없었으며 정계 은퇴가 아닌 “정치활동 중단”을 말한 점에 비춰 무죄를 염두에 둔 법정다툼을 포석에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검찰은 주말에도 수사팀 전원이 출근해 범행이 벌어진 것으로 지목된 마포구 오피스텔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했다. 안 전 지사 출장에 동행했던 관계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와 증거 검토를 마무리 한 뒤에 안 전 지사의 소환 시점을 다시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에서 4차례 성폭행 상황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 장소는 스위스, 러시아에서 머문 호텔,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 강남구 한 호텔. 특히 범행 당일 강남구 한 호텔을 이용한 영수증도 제출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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