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수색 이후 평가 악화
“최순실 좋으라고 갤럭시 썼나”
정경유착 의혹에 비난 폭주
헤지펀드 공격 빌미 제공 우려도
갤노트7 사태로 내부감사 진행
직원들 활력잃고 연말인사 불안감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잠잠해져 가던 삼성전자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악화하고 있다. 또 다시 드러난 정경 유착 의혹은 외국 헤지펀드들의 공격 빌미를 제공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9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의 삼성전자 압수수색과 관련, 삼성전자의 최씨의 딸 정유라씨 특혜 지원에 대한 비판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기업이 정부와 실세의 요청을 거절하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란 동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과 정부의 뿌리 깊은 유착이 드러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크다. 특히 삼성이 다른 기업들과 달리 최씨와 정씨 모녀의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직접 송금한 것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부 소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7 추가 지원 프로그램과 비교하며 쓴소리를 했다. ‘cut***’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갤럭시노트7 보상은 지지부진하더니 정유라에게는 수십억원 지원이라니”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내가 최순실 좋으라고 갤럭시 썼나 자괴감 들어”(아이디 kak***)란 의견도 올라왔다.
삼성 안팎에선 검찰 수사로 표면화한 한국식 정경유착이 자칫 엘리엇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액티비스트)들에게 공격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달 서한에서 “복잡한 삼성의 구조가 삼성전자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고, 독립적인 이사회를 꾸릴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엘리엇은 삼성에 270억달러 규모의 특별 배당금도 요구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로 정부나 실세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재벌 기업들의 취약점이 노출됐다”며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기업 분할, 지주사 전환 등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경영권을 강화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도 무겁다. 특히 스마트폰 중심의 IM(ITㆍ모바일) 부문은 그 동안 삼성전자의 효자 사업 부문이었지만 갤럭시노트7 사태에 대한 그룹 차원의 내부 감사까지 재개되며 직원들 사기가 땅에 추락했다. 감사팀은 지난 2010년6월 출시된 ‘갤럭시S1’ 제품 개발 당시 자료까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갤럭시노트7의 발화(發火) 원인도 찾지 못한 상황에서 6년여전 자료까지 챙겨야 하는 직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감사는 물론 사고 원인 규명, 내년에 내놓을 갤럭시S8 제품 출시 준비까지 한꺼번에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밤 12시를 넘겨 퇴근하는 게 일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연말 인사를 앞두고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이번 내부 감사가 스마트폰 담당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단계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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