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트교, 예수의 인성 부정하는 종교… 이집트인 8000만명 중 10% 차지
이슬람국가(IS)가 리비아에서 이집트 콥트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유력한 해설은 IS의 영향력이 주요 근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를 넘어 리비아까지 미친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는 리비아에서 21명의 이집트 콥트교도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콥트교의 굴욕적인 신봉자들’이라는 영문 자막을 넣었다. IS는 동영상에서 “로마를 정복하겠다”며 추가 공격을 암시하기도 했다. 기독교의 본산인 바티칸과 서방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IS가 인질을 살해하면서 종교를 이유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요르단의 인질 살해 당시에는 이들이 모두 IS 격퇴 국제동맹국의 직ㆍ간접적 지원국이라는 점을 이유로 밝혔다. IS는 12일 배포한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 7호에서도 “콥트교도의 무슬림 여성 박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콥트교도들을 인질로 잡았다”고 밝혔다. 또 2010년 50여명이 숨진 이라크 바그다드 가톨릭 성당의 폭탄 테러를 기념하기 위해 5년 뒤에 콥트교도들을 생포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이 지칭한 박해 받는 무슬림 여성은 2004년과 2010년 이슬람 개종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카밀리아 셰하타 자키르와 와파 콘스탄틴이다. 이집트 콥트교 목사의 부인인 이들을 두고 콥트교 측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가 납치해 개종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반면 이슬람 측에선 자발적으로 개종하려는 이들을 콥트교에서 감금하고 고문했다고 맞서면서 종교 갈등이 빚어졌다. 콥트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신성(神性)만을 지녔다는 단성설을 신봉해 예수는 신성과 인성(人性)을 모두 지니고 있다는 ‘신인양성론(神人兩性論)’을 믿는 서방 기독교와 차이가 있다. 이집트 인구 8,000만명 중 10% 정도를 차지한다.
가디언은 IS가 표면적으로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복수를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세력 과시라고 풀이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라크와 시리아 외의 지역에서 참수 영상이 공개된 적이 없다”며 “이는 IS본부와 지부의 긴밀한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IS는 앞서 다비크에서 “예전엔 이집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콥트교도를 잡는 게 어려웠지만 지금은 IS의 세력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잡기 쉽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현지에서는 이번 콥트교도 참수는 IS가 모체인 알카에다 현 지도부와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빈 라덴의 후계자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콥트교도는 우리의 협력자”라며 이들을 옹호했는데, IS는 이런 알자와히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결국 IS는 이번 동영상 공개로 자기들이 알카에다 보다 종교적으로 선명하다는 점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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