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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책임 피하려던 평창올림픽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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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책임 피하려던 평창올림픽조직위

입력
2018.04.02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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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상담한 피해자 해고

부당해고 구제신청하자

“근로 계약 안 한 자원봉사자”

책임 안 지려 계약 인정 안 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기간 발생한 성희롱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여성 전문운영요원 2명을 ‘자원봉사자’로 둔갑시키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을 하지 않은 자원봉사자일 경우 조직위가 현재 경찰 수사 중인 성희롱 사건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낸 A(30ㆍ여)씨와 B(43ㆍ여)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직위에 구제 명령을 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한 스키종목 전문운영요원으로 일한 A씨는 2월25일 B씨를 포함해 같은 운영팀 내 있던 4명의 여성 운영요원들과 함께 정선스키장 내 설치된 ‘성상담 고충센터’를 방문해 여성 경찰관에게 팀장인 C씨(48ㆍ남)의 성희롱 문제를 상담했다. 상담 후 강원 정선경찰서에 사건이 공식 접수되자 조직위는 28일 “올림픽 기간 용평스키장에서도 성희롱 문제가 발생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퇴출시킨 사례가 있다”며 이들 3명을 해고했다. (본보 3월 3일자 5면)

조직위는 A씨와 B씨가 직접 채용한 근로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에 부당해고 자체가 인정될 수 없다고 각하를 주장했지만, 노동위는 조직위 주장을 기각했다. 조직위는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A와 B씨는 조직위와 근로계약이 아닌 ‘전문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원 업무를 했던 자들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A씨와 B씨 변호를 맡은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A씨 등은 지난해 스키장 조성 때부터 직급을 부여 받고 근무를 했고, 일반 자원봉사자와 달리 교대 없이 하루 9, 10시간씩 근무를 했다”며 “이들은 일반 자원봉사 모집공고가 아닌 전문운영인력 모집공고를 통해 지원한 계약직 근로자”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특히 전문협력요원 업무협약서가 ‘현대판 노예계약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서에 따르면 전문협력요원은 업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책임, 손실 또는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조직위를 상대로 어떠한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노동위원회가 A와 B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조직위는 현재 경찰 조사 중인 성희롱 사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는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조직위 대변인실은 “올림픽이 끝나 조직이 해체된 상태라 이 사건과 관련 공식답변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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