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예방 권고 최하 기준
D등급 보호장비 착용않고 진료
정식 음압격리병상 하나도 없고
확진 환자와 미접 접촉 방치까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를 진료하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잇따라 감염된 이유는 바이러스 전파력을 감안하지 않은 부실한 보호장비가 쓰인 탓이다. 감염 환자 20여명을 치료중인 삼성서울병원은 정식 음압격리병상이 하나도 없음에도 대안인 휴대용 공기정화장치조차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감염 예방 최하 등급 보호구도 미착용
18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진료 병동에서 근무한 간호사(35ㆍ164번 환자)는 이달 10~12일 환자 2명(75ㆍ80번)를 진료하다가 1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3~14일 집에서 쉬었던 이 간호사는 15일 출근 이후 증상이 나타나 16일 오전 격리됐다. 그런데 이 간호사를 비롯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규정한 감염병 예방 권고의 최하 기준인 D등급 개인보호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확진 환자를 진료했다는 게 보건당국의 분석이다. D등급 보호구에는 전신 보호복과 N95 마스크, 고글, 덧신, 장갑 등이 포함되지만 이 병원 의료진들은 이보다 미흡한 보호구를 착용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확진 환자의 엑스레이를 찍던 방사선사(35ㆍ남)가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D등급 보호구를 착용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달) 16일까지는 D등급 수준의 개인보호구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17일부터 (개인보호구 등) 개편이 추진돼 의료진 보호에 대한 조치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장비는 부족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병원내 관리에서 미흡한 면이 있어 공식적으로 D등급 장비를 쓰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의료진은) D등급에 준하는 N95마스크와 보호복, 얼굴 가리개 등을 하고 환자를 치료했다”고 해명했다.
‘빅5’병원이 정식음압시설 하나 없어
국내 ‘빅5’ 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 확진 환자를 치료를 위한 정식 음압격리병상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 음압 병상은 병실 안 기압을 외부보다 낮게 유지해 공기 흐름을 병실 밖에서 안으로 향하게 하면서 바이러스가 새나가는 것을 차단하는 특수병실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속 의사인 35번 환자(38)가 4일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서울대병원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것도 삼성서울병원엔 정식 음압격리병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준을 충족한 음압병상은 없지만 그에 준하는 병실 12개를 운영하고 있다”며 “메르스 격리병동 입구에 공기 흐름을 차단하는 임시 전실구역을 설치 중이고, 휴대용 공기정화장치 도입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기준에 따르면 음압 병상을 즉각 설치하기 어려울 경우 공기정화시스템을 사용해 시간당 12회 공기 정화를 하도록 돼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음압격리병상은 국가지정 격리병상 158개, 시도별 거점병원 69개를 포함해 총 280개다. 이중 정식 음압병상은 105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음압병상 하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데 2억원이 들 정도로 수익성이 떨어져 민간 대형병원 입장에선 굳이 이 시설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감염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을 중심으로 음압병상을 확충해 운영의 폭을 넓히는 의료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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