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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영시는 ‘윤이상 지우기’를 시도한 적이 없다

입력
2017.07.3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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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시인이 2017. 7. 9일자 한국일보에 기고한 ‘윤이상 생가 터 없애려는 통영시’란 제목의 글을 잘 읽었다. 통영시정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밝혀두고자 한다.

우선 통영시가 윤이상 지우기를 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통영시가 윤이상 이름을 빼고 윤이상 관련 기념관 이름을 ‘도천테마파크’ ‘통영국제음악당’으로 명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은 전후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원래 통영시는 ‘윤이상공원’ ‘윤이상음악당’으로 명명하려 했으나 당시 기획예산처에서 특정인의 이름을 붙여 예산배정을 할 수 없다는 예산배정 방침을 통고해 와 부득이 그렇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국비예산으로 지어진 건축물인 경우 정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통영시는 지금이라도 원래 의도한 이름을 붙이고 싶고, 가능하다면 고쳐 명명하고 싶다.

또한 윤이상 지우기의 최종 완결편이라며 통영시가 생가 터를 없애려 한다는 것 역시 사실과 맞지 않다. 2014년 7월 16일, 통영시장, 윤이상평화재단 이사장 영담스님, 시민사회단체 대표, 지역기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윤이상 생가 터에 대한 협의가 있었고, 통영시는 그 협의 결과대로 착실히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 40년 전부터 계획해 왔던 도천동 도시계획도로가 선생의 생가 터를 지나가게 되자 위 관계자들이 모여 협의한 것이다.

그 내용인즉, 선생의 생가 터로 인해 2차선을 그대로 뚫지 않고 1차선은 직선으로 내고, 다른 한 차선은 우회하여 내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선생 유족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일정부분의 터가 도로에 잠식되는 것을 허락하면서 원 생가 터엔 잔디를 심고 표지석을 세워줄 것을 원했다. 이에 통영시는 그 협의대로 일을 진행시키던 중 생가 터와 붙어있는 추용호 소반장 집 문제가 논란이 되어 일의 진척이 늦어졌을 뿐이다.

추용호 소반장 집 보존문제는 이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므로 윤이상 생가 터와 함께 거론될 것은 아니다. 소반장 집 문제는 현재 문화재청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생가 터의 진실이다.

도천테마파크는 선생의 생가 터와 맞물려 있어 포괄적 의미의 기념관 차원에서 건립되었고, 유족들과도 협의된 것이다. 이 공원 안에 선생이 베를린에서 살던 집 모형이 있다. 당시 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축소하여 지었는데 통영시에서는 이 건물 2층을 리모델링하여 나중 전시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이 사업은 선생의 따님인 윤정씨의 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이다. 그래서 통영시와 통영국제음악재단에서는 몇 해 전부터 의미 있는 행사를 계획해 왔다. 그러나 국비성 예산과 지원이 순조롭지 않아 전액 시비로 운영하고 있다. 이는 2005년 참여정부 때 국비예산을 지방이양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4조1항에 의해 ‘국고보조금지원제외사업’으로 분류되어 국비성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영시는 그동안 통영국제음악제의 성공을 위해 시비의 2%라는 파격적인 예산을 편성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통영은 유엔으로부터 음악창의도시가 되었고,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현대음악 도시가 되어 한국문화예술1번지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통영시는 윤이상이란 이름에 걸맞은 음악제가 되도록 보조금지원제외사업에 통영국제음악제를 제외해 달라는 건의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리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통영시는 윤이상 지우기를 시도한 적도 없고 그런 생각을 할 이유도 없다. 누구나 염원하는 문화예술도시 통영 만들기는 통영시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와 맥락이 다르지 않다. 시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허심탄회한 조언과 충고를 바란다. 제기한 몇 가지 사항 역시 상위기관과 협의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달균 시인ㆍ통영시청집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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