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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15)호텔 피습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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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 이주일(15)호텔 피습 사건

입력
2002.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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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꾼 항암제가 내 몸에 잘 맞는 것 같다. 설사는 심해졌지만 걱정은 별로 안 한다.폐만 좋아진다면야 다른 곳은 한 달 잘 먹으면 금세 회복될 것 아닌가.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한마디 올리겠다. 심장 안 좋은 사람들, 제발 담배 피지 마세요.

오늘은 본의 아니게 바람을 피워 호되게 당했던 이야기를 하겠다.

작정을 하고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소대로 여자가 먼저 접근한 것도 아니어서 지금까지 억울한 사연이다.

방송 출연은 거의 안 하고 영화에만 매달렸을 때니까 1981년 여름에 일어난 일이다.

강릉 경포대에서 영화를 찍고 있었는데 숙소는 근처의 현대 호텔. 방은 물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오는 최고급 스위트 룸이었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저녁에 스태프와 식당에서 회를 먹고 있는데 밖에 여자 6명이 걸어가는 게 보였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당시 최고로 잘 나가던 여자 탤런트였다.

나와는 방송사에서 서로 눈인사만 나눈 사이였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지금도 간혹 TV에 나오는 당시 최고의 스타였다.

“에이~.” 나는 당시 유행하던 특유의 목소리로 그녀들을 불렀고 우리는 즉석에서 합석을 했다. 그리고 술을 진짜 많이 마셨다.

사정을 들어보니 그들 숙소는 인근 장급 여관이었다. 성수기여서 호텔을 못 구했다는 것이다.

“내가 특급 호텔에 묵고 있으니 모두 가서 2차를 하자”고 제의했다.

그리고는 호텔 방에서 나 혼자서 여자 6명과 술을 마셨다. 새벽 5시까지 거의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때부터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다. 코디네이터와 매니저 등 나머지 5명은 다른 방에 가서 잤고, 나는 그 여자 탤런트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 버린 것이다.

다음날 아침 10시 정도 됐을까. 에어컨 바람이 아닌 이상한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쳤다. 아내였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갔다. 아내는 파르르 떨고 있었다. 여자랑 알몸으로 누워있는 게 그대로 발각됐으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당신, 뭐 하는 놈이야? 이 자식아, 옷이나 입어. 나가, 자식아!” 뭐라고 할 얘기가 없었다.

스태프를 족쳤다. “이 자식들아, 누가 외부인을 내 방에 들여보내라고 했어? 방 열쇠를 누가 준 거야?”

“사모님이 다 알고 오셨는데 어떻게 합니까?”

“그래도 밤에 내가 여자 애들과 방에 들어갔으면 무슨 방법을 찾아야 했을 것 아니야?”

며칠 후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협박했다.

“언론에 폭로해 매장해버리겠다. 너, 유명해졌다고 나한테 이런 식으로 대하는 모양인데, 너 같은 놈은 죽어야 한다. 대신 이실직고하면 한번만은 용서해주겠다. 보통사이가 아니니까 코디네이터까지 데리고 간 것 아니야?”

아내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그 여자 탤런트의 집까지 찾아간 것이다. 예쁘게 잘 차린 집안 살림을 보더니 화가 더 난 모양이다.

“이거 다 내 남편이 해준 것이지? 너, 당장 한국을 떠나라.” 그리고는 경대며 장롱을 모두 부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환장할 노릇이다. 난 그때 1,000원 한 장 주지 않았었는데….

결국 그 여자 탤런트는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러야 했다.

훗날 그녀는 “여자로서 사모님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내게 말했지만, 그 사건 이후 나는 늘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당해야 했다.

지금도 그날 밤 내가 그녀와 깊은 관계를 맺었는지는 진짜 모르겠다. 어쨌든 남자들이여, 매사에 조심할 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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