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후 5일ㆍ해열 후 2일 지나 등원 지키기 어려워
맞벌이 등 일부 학부모 “독감 아닌 감기”라며 등원 강행도
낫나 했는데 다시 독감 재발… 아이 볼 사람 없어 상태 악화
# 맞벌이 주부 김모(38)씨는 최근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 살 난 딸아이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올 초 어린이집에서 인플루엔자 독감에 옮아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등교하지 않고 처가에 아이를 맡겼다. 일주일 후 발열증세 등 독감증세가 사라져 다시 어린이집에 등교했지만 등교 1주일 만에 딸아이는 다시 독감에 걸렸다. 독감 증세가 가시지 않은 아이가 독감 바이러스를 전파한 것이다.
김씨는 다시 처가에 신세를 지려했지만 외할머니ㆍ외할아버지도 독감에 걸려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 김씨와 남편은 하루씩 번갈아 휴가를 내 아이를 돌보고 있지만 직장에 눈치가 보여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씨는 “독감을 치료하고 어린이집에 보내도 독감에 걸리게 현실”이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완치가 되지 않아도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영유아들이 독감을 치료하고도 다시 독감에 걸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학교보건법 제8조(등교 중지)에 따라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을 경우 집단 내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증상발생일로부터 5일이 경과하고 해열제 없이 체온 회복 후 48시간까지 어린이집, 유치원, 학원 등에 등원・등교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맞벌이 등 경제적 문제로 인해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28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인플루엔자 의사(疑似)환자 분율(열이 나서 병원에 오는 환자 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69명으로 그 전주(72,1명)보다 3명 감소했지만 여전히 독감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연령별 의심환자 수를 살펴보면 지난주 외래환자 1천명당 1~6세는 101.0명, 7~12세는 93.6명으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아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중 아이가 독감이 아니라 감기라며 등원을 시키는 이들이 많다”며 “어린이집에 온 아이를 돌려보낼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힘들게 독감을 치료한 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아이가 다시 독감에 걸렸다며 항의를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며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독감증세가 있는 아이가 있으면 다른 아이들이 독감에 걸리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어린이집 등 영유아시설에서 인플루엔자 감염 시 등원중지 사항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가뜩이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 있어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 반복적으로 독감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원에서 독감치료를 받아서 열이 떨어지면 몰라도 해열제 복용 후 잠시 열이 떨어져도 감염자 체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등원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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