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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정 기자

등록 : 2017.03.07 18:29
수정 : 2017.03.07 19:06

마마무의 ‘흑인 분장’, 왜 안 된다는 걸까?

[프로불편러] (7) 미디어 속 '검은얼굴'에 숨겨진 맥락

등록 : 2017.03.07 18:29
수정 : 2017.03.07 19:06

마마무가 3일 진행한 콘서트 도중 흑인 비하성 퍼포먼스를 했다고 지적하는 트위터의 글. 트위터 캡쳐

국내 4인조 걸그룹 마마무가 흑인 비하 구설수에 휩싸였다. 문제는 얼굴에 초콜릿색 분장을 한 채 펼친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 뮤직비디오 패러디가 소개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열렸던 ‘커튼콜’ 공연 도중 공개된 해당 동영상과 관련된 사진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통해 4만 회 이상 공유되며 논란이 된 것이다.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 매체인 ‘빌보드’지 역시 이를 둘러싼 논란을 다루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퍼졌다. 다음 날 마마무 소속사인 RBW 엔터테인먼트에서 공식 팬카페를 통해 “콘서트를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유명한 곡의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해보려는 기획 의도였으나 오해의 소지가 생겼다”고 공식 사과했고, 이후 진행한 4,5일 공연에선 해당 영상을 편집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각에선 ‘흑인 가수의 공연을 따라 하느라 비슷한 분장을 했을 뿐인데 비하라고 할 수 있나’ ‘조롱의 의도가 아니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 말대로 단지 ‘흑인이라 흑인분장을 한 것’이라면, 정말 큰 문제는 없는 것 아닐까?

‘검은얼굴(blackface)’, 조롱의 역사

‘검은얼굴(blackface)’ 분장 논란은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미국 내 코미디 장르로 시작한 ‘민스트럴쇼’(mistrel show)에서 처음 등장하며 도마에 오른 게 검은얼굴 논란의 시초였다. 쇼가 시작된 초반에는 백인 가수가 얼굴을 검게 칠한 뒤 흑인 민요를 노래하거나, 흑인 사투리를 흉내내면서 흑인풍의 춤을 추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쇼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들의 성향은 굳어졌는데, 이 가운데 백인 여성에 대한 성욕을 참지 못하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나오는 ‘벅’이나 노예제도에서 해방돼 오만하지만 쉬운 단어조차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집 쿤’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처럼 흑인에 대한 당시 백인사회의 편견을 담은 코미디 쇼는 인종차별을 재생산했고 검은얼굴 분장은 흑인 비하의 상징으로 부각됐다.

19세기 중반 공연된 민스트럴쇼. 백인 배우가 얼굴에 검은 분장을 한 뒤 흑인 캐릭터 ‘벅’을 연기하고 있다. 유튜브

하지만 의문점은 남는다. 미국의 흑인 노예제가 폐지된 지는 무려 152년이 지났고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던 노예제의 유산 ‘짐 크로 법’이 폐지된 지도 52년이 지났다. 민스트럴쇼 역시 중단된 상황에서 이런 분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데이비드 레오나드 워싱턴스테이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검은얼굴 분장은 우리의 무의식에 ‘흑인은 따라 하거나 놀려도 되는 대상’이라는 인식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흑인이 백인 분장을 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검은얼굴 분장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으며,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같은 분장이 흑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순수한 의도로 했을 뿐인데…왜?

일각에선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흐른다. 마마무 측에서 검은얼굴 분장이 단지 패러디를 위한 것이었다고 사전에 밝혔던 데다, 특정 인종 조롱을 염두에 둔 퍼포먼스도 아니었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정황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여전히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선,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런 행동에 대해 상당수의 흑인들은 여전히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는 데 있다. 검은얼굴 분장은 과거 특정 인종에 대한 폭력과 억압을 코미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한 역사의 상징한다. 미국 등 다인종 국가에 사는 흑인들은 이런 분장을 보고 역사적 핍박과 차별을 기억해 낼 수도 있다. 일본 사람들이 특별한 의도 없이 단지 장식으로 욱일승천기를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과거 식민국가의 국민들은 불쾌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국인 유학생 A씨는 독일 쾰른으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현지 카페에서 인종차별적 그림이 그려진 컵을 받았다. 페이스북 캡쳐

의도에 따라 검은얼굴 분장을 인정한다면 실제 인종차별까지도 용인될 가능성도 있다. 2014년 한국인 유학생 A씨는 독일 쾰른의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가 자신의 컵에 인종차별적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찢어진 눈의 얼굴 위에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국가가 쓰는 대나무 모자 모양을 그려 넣은 것. 그림의 의도를 묻는 A씨의 질문에 해당 카페 점원은 “그림은 아시아인의 얼굴이 아니며 그저 고객들 컵에 그린 그림들 중 하나”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점원의 설명과는 달리, 카페 내 다른 독일 손님의 손엔 미소를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진 컵이 들려 있었다.

분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지다

턱시도와 중절모를 입은 마마무. RBW 제공

그 동안 우리나라 가수들은 흑인 팝 가수들을 수 차례 패러디해왔다. 팝의 여왕 비욘세는 언제나 여가수들의 패러디 1순위였고, 자신의 콘서트에서 브루노 마스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도 많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얼굴에 초콜릿색 물감을 칠하지 않았다. 마마무 역시 분장 없이도 충분히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종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세계적인 팝 가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2017년 2월 기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1억 명 이상이 시청한 K팝 뮤직비디오는 30개로, 이 가운데 대부분은 소녀시대나 트와이스 등 마마무와 같은 걸그룹이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인종의 팬들이 K팝을 주목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욱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정 100곳 중 2곳이 다문화가정일 정도로 한국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K팝 아티스트들의 다양성 고려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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