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치 3.1%서 2.8%로 수정
그렉시트 현실화 등 악재 미반영
실제 성장률 더 낮게 나올수도
정부 나홀로 '3%대 가능' 재확인
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8%로 낮췄다. 정부 전망치(3.1%)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다. 한은은 정부의 경기부양 핵심 카드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집행이 정부 계획대로 완벽히 이뤄진다는 가정 아래 이번 전망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3% 성장 전망에 강한 의문을 표한 셈이다.
한은은 9일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사태 및 가뭄에 따른 내수 둔화와 수출 부진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메르스 사태가 외국인 관광객 감소 및 서비스업 부진, 가뭄이 농산물 물동량 감소에 따른 운수업 타격 등으로 각각 이어지면서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기존 전망치(1.0%)에 크게 못 미치는 0.4%(추정치)에 그쳤고, 이로 인해 연간 성장률도 하락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다만 일시적 악재라 할 수 있는 메르스 및 가뭄의 여파가 가시고 재정 확대 및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반기엔 1% 안팎의 분기 성장률을 보이고, 내년엔 3.3%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4월에 발표한 직전 전망치와 비교해 메르스 사태 0.2~0.3%포인트, 가뭄 0.1%포인트, 수출 0.2%포인트 등의 성장률 저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3대 악재로 올해 성장률이 0.6%포인트가량 하락하는 셈이다. 반면 추경 집행 및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는 연간 성장률을 0.3%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추경 등 22조원 규모의 하반기 재정보강으로 올해 성장률이 0.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과 유사하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세입 및 세출추경 모두 정부 계획대로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 성장률 전망치를 산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과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메르스, 가뭄 영향으로)2분기 성장률이 이만큼이나 낮아질 것이라고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에 앞서 국내외 민간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은 2.8% 성장, 이달 LG경제연구원은 한은보다 낮은 2.6% 성장을 각각 예상했다.
문제는 정부보다 0.3%포인트 낮은 한은 성장률 전망치 역시 일부 낙관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추경이 정부 뜻대로 집행될 것이라는 가정이 대표적이다. 2013년만 해도 세출추경 5조3,000억원을 편성하고도 연말까지 4조원 가까운 예산이 집행되지 못했다. 중국 증시 급락, 그리스 재정위기 등 심각한 대외 악재들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타격도 한은 전망치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 증시 폭락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대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현실화로 신흥국 자금유출이 본격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실제 성장률은 한은 전망치를 훨씬 하회할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고수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추경이 제때 집행되고 투자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낸다면 올해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로 동결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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